미국이 이란 내 미국인 수감자 5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에 동결된 60억 달러(약 7조8900억원) 규모의 이란 자금을 해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제3국이 중재한 합의에 따라 이란에 수감된 미국인 5명이 석방되고, 한국에 있는 이란의 동결 자금이 차단 해제돼 카타르로 이전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미국이 수년간 한국에서 불법적으로 압류한 이란 자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빼내는 과정이 시작됐다”며 “이와 관련해 억류된 다수의 수감자들의 석방이 곧 실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에이드리엔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이날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수감자 5명이 감옥에서 석방돼 가택연금에 들어갔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은 고무적인 조치이지만, 이들은 애초에 구금되지 않았어야 한다”며 “우리는 그들의 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에빈 감옥에 구금됐던 4명 수감자들은 가택 연금으로 전환돼 이란 관리들의 감시하에 있게 된다. 1명은 이미 가택 연금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왓슨 대변인은 구체적인 협상 내용과 관련해선 “그때까지 그들의 최종적인 석방을 위한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민감하다”며 “이에 따라 우리는 그들의 가택연금 상태나 그들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 제공할 구체적인 사항들이 거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소식통들은 합의가 최종적인 것은 아니고, 어떠한 자금도 이란으로 직접 이체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결 자금은 스위스 은행 중 한 곳에서 원화에서 유로화로 전환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 소식통은 IRNA통신에 “자금이 스위스 은행에 입금되도록 승인됐으며, 이 금액은 카타르로 송금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동결 자금의 카타르 이전 등 절차가 합의대로 진행될 경우, 석방된 수감자들은 내달 중으로 이란을 떠날 수 있다고 또 다른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조처는 이란이 한국에 묶인 동결 자금 해제를 요구하며 미국과 죄수 교환을 제안한 지 수 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이란 측에서는 지난 3월 이란이 자국 내 억류 중인 미국인 등에 대한 수감자 교환 협상에서 초기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으나, 미 국무부와 백악관은 거짓말이라며 합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란은 각국에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원유나 가스 수출 대금을 받아왔는데, 지난 2018년 미국 정부가 이란 핵 합의를 탈퇴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하며 대부분의 자산이 동결됐다.
이란의 원유 대금은 이라크, 한국, 일본 등에 묶여 있는 상태다. 한국에만 70억 달러, 일본에 30억 달러(약 3조9465억원), 이라크에 27억6000달러(약 3조5500억원)가 동결돼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 핵 합의를 복원하고 이란 내 잡힌 미국 시민을 석방하기 위해 이 동결 자금을 협상 도구로 사용해 왔다. 일례로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이라크에 묶인 이란 자금 동결 해제를 허가하기도 했다.
이란 정부의 한 소식통은 IRNA통신에 “한국에 동결된 60억 달러와 이라크 TBI 은행에 있는 상당량의 이란 자금이 풀려날 것이며, 모두 100억 달러 상당”이라며 “유럽 은행 중 하나에서 다른 금액의 이란 자금을 해제하는 프로세스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란 측에서는 동결 자금 회수를 위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고 경고하며 긴장감이 커졌는데, 이번 합의로 갈등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최근 이란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 동결된 자금 회수에 발 벗고 나섰다.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각각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도 일본에 동결된 30억 달러의 반환 문제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