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강동구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20여 명의 소비자들이 모여 종이컵에 든 음식을 조심스레 맛본 뒤, 설문지에 소감을 기록했다. 종이컵에 든 음식의 정체는 대체 식품 전문 기업 HN노바텍이 개발 중인 식물성 대체 새우 시제품. 앞서 식물성 대체 고등어를 개발해 현재 제품화를 진행 중인 HN노바텍이 고등어 다음 주자로 개발 중인 대체 수산물이다. 쇠비름, 취나물, 쑥갓, 물미나리 등 나물에서 추출해 만든 지방산복합체 소재(FACOM-P)를 사용해 생새우 특유의 향을 재현했다.
이날 시식회에서 시제품을 맛본 소비자들은 새우 향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지만, 식감에 대해선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다만 수은 중독, 알레르기 우려, 높은 콜레스테롤, 해양 환경 오염, 새우 손질의 번거로움 등을 이유로 대체 새우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앞으로 개선될 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HN노바텍 측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개선의 여지가 많다”면서 “지속적으로 시식 평가를 진행하고 의견을 수렴해 제품 완성도를 더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열린 식물성 대체 새우 시식회에서 참가자들이 시제품을 맛보고 있다 / 출처=IT동아
HN노바텍이 고등어에 이어 식물성 새우 개발에 나선 건 전 세계 시장에서의 잠재력 때문이다. 새우는 한국, 일본 등 일부 아시아 국가 위주로 소비되는 고등어보다 글로벌 시장 규모가 크다. 참치, 연어 등과 함께 전 세계 수산물 소비량 선두를 다툰다. 미국 국립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미국인 1인당 새우 소비량은 2.67kg으로 1.53kg을 기록한 연어를 앞섰다.
태국과 같은 동남아 국가에서도 팟타이, 똠얌꿍 등 대표 음식에 빠지지 않는 필수 식재료다. 실제 HN노바텍도 현재 태국 한 기업과 긴밀히 협의하며 대체 새우 제품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대체육으로 시작해 새우와 같은 대체 수산물로 영역을 넓히는 대체 식품 업체는 HN노바텍뿐만 아니다. 대체육 업체 디보션도 지난 3월 식물성 새우를 넣은 만두 ‘왕교자 찐새우맛’을 선보인 바 있다. 식물성 소재로 육류나 수산물의 식감을 구현하는 식물성 근원섬유 기술을 활용해 새우 특유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살린 게 특징이다.
디보션의 식물성 새우 만두 / 출처=디보션
해외에서는 기존 대형식품 업체나 대체 식품 전문 업체들도 일찌감치 식물성 대체 수산물을 출시하며 대체 수산물 시장을 개척에 나섰다. 2021년 식물성 참치 ‘뷰나’, 식물성 새우 ‘브림프’를 출시한 네슬레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오뚜기의 ‘언튜나’, 올해 동원F&B의 ‘마이플랜트’ 등 기존 식품 대기업이 식물성 참치로 해양 수산물 시장에 진출했다.
대체 식품 업계가 대체육에 이어 대체 수산물에 주목하는 건 전 세계 인구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어업과 양식업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셔터스톡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간한 ‘2022 세계수산양식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수산물 소비량은 1961년 이후 연평균 3.0%씩 증가해 인구 증가율(1.6%)을 앞섰다. 1인당 수산물 소비량도 1960년대 평균 9.9kg에서 2019년 20.5kg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 오는 2030년에는 21.4kg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FAO는 “남획, 오염, 관리 부실 및 기타 이유 등으로 인해 수산 자원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면서 “생태계를 건강하고 생산적인 상태로 복원하고 장기적인 수산물 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전 세계 수산업 관리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대체 식품 업계는 기존 수산물 소비를 대체 수산물로 일부 대체하려는 노력이 어업과 양식업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체 식품 전문 컨설팅 업체인 브라이트 그린 파트너스는 “대체 수산물은 취약한 해양 및 하천 생태계를 보호하고, 바다의 물고기 개체 수를 늘리면서도 전 세계 단백질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동아닷컴 IT동아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