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지구 열대화’ 시대, 폭염이 바꾼 글로벌 보험 시장 경제 위험으로 떠오른 폭염 극한 기후에 식량 부족 등 위험 ‘폭염이 성장 억제’ 전망 잇따라
극한 폭염이 글로벌 경제 전반에 구조적인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뜨겁게 달아오른 지구가 식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돼 결국 전 세계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폭염으로 인한 만성적인 신체 위험이 210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17.6%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폭염이 글로벌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스틴 맨킨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5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후변화와 슈퍼엘니뇨가 결합한 폭염의 영향으로 2023∼2029년 최소 3조 달러(약 3954조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폭염 현상은 물류 및 생산 차질, 전력 및 식량 부족 위험을 더욱 확대시킨다”며 “경제 성장에 추가적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렇다 보니 경제 상황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폭염이 부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폭염으로 인해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하고, 이것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해 산출하는 ‘근원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계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5%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1∼7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7월(4.2%)과 비교해도 높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물가 상승 기여도 측면에서 보면 외식 물가를 필두로 개인 서비스 분야의 기여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외식 물가가 높아진 건 채소를 필두로 한 원재료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달 첫째 주 배추 10kg 도매 가격은 1만6171원으로 한 달 전(5649원)보다 약 186% 상승했다. 무 20kg 가격도 2만997원으로 지난달 초(1만30원)에 비해 109%가량 높아졌다. 장마철 직후 이어진 전례 없는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문제는 하반기로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 폭염 및 태풍으로 인한 작황 부진, 유가 상승 압박 등으로 연말에도 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도 6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근원물가의 상승 위험이 적지 않은 상황이며 목표 수준(2.0%)을 웃도는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폭염이 계속되면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소비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으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장률(1.4%) 달성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