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초등학교 방학은 부모들에게 자녀 돌봄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시기다. 특히 출근하는 부모들은 오전 시간대에 아이를 맡아 줄 곳이 절실하다.
방학을 앞둔 지난달 중순, 아이의 방학 계획을 짜면서 머리를 싸매던 중 학교에서 보낸 알리미가 울렸다. 방학이 시작된 직후 2주간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3시간 동안 학교 원어민 교사가 담당하는 영어교실이 열리며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학부모가 부담하는 총 참가비는 5만 원 정도로 사설 학원의 하루 특강비 수준이었다. 알리미를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바로 신청서를 작성해서 보냈다. 영국의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를 주제로 2주간 진행된 영어교실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만족감을 줬다.
영어교실 이후 남은 방학 기간의 돌봄 공백을 채워주고 있는 것은 방과후 학교 특강과 학교 도서관이다. 학기 중에는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오후 시간에 진행되는 방과후 학교가 방학 기간에는 오전으로 시간을 옮겨 진행된다. 개설 강좌들은 인공지능(AI) 창의 융합, 코딩, 보드게임, 체스, 요리, 바둑, 줄넘기, 플루트, 마술, 클래식 기타 등 다양하다. 방과후 학교 수업이 없는 날에는 방학 내내 문을 여는 학교 도서관을 보냈다.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결국 학부모는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학원들의 여름방학 특강이나 외부 기관에서 주최하는 각종 캠프에 보내는 것이다. 이런 경우 비용은 공교육 돌봄에 비해 최소 2∼3배는 더 들어간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교 돌봄교실 수는 2017년 1만1980실에서 지난해 1만4970실로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대기 인원은 9225명에서 1만5106명으로 증가했다. 돌봄교실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수요에 비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교육부는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아침돌봄, 틈새돌봄, 일시돌봄 등 돌봄 서비스 유형을 다양화한 ‘늘봄학교’(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4개 안팎의 시도 교육청을 선정해 초등학교 약 200곳에서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하고 2025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늘봄학교는 교육청 중심으로 운영하고 전담 인력도 지원한다.
지역사회와 협력해 양질의 공교육 돌봄 프로그램을 확대 공급하는 것. 돌봄이 필요한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이보다 더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정책은 없을 것이다. 보다 많은 학생이 내실 있는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늘봄학교 정책이 차질없이 제대로 진행됐으면 한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