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숨진 채수근 상병 사건을 조사하다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어제 국방부 검찰단에서 수사받는 것을 거부했다.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 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매우 부적절한 수사 방해와 기강 훼손 행위”라고 반박했다.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 조사와 관련한 외압 의혹과 항명 파동이 점입가경이다. 수사단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두고 불거진 윗선 수사 개입 의혹은 국방부의 수사단장 보직 해임과 항명죄 입건, 국방부 장관의 조사 결과 재검토 지시, 급기야 수사단장의 구체적인 외압 폭로로 이어지고 있다. 박 대령은 특히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사단장과 여단장을 뺀 대대장 이하로 과실치사 혐의를 한정하도록 수사 축소 압력을 받았으며, 국가안보실에서도 결과 보고서 제출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외압의 주체로 사실상 국방부, 나아가 대통령실까지 겨냥한 셈이다.
엄격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지휘체계가 확립돼야 할 군 조직에서 벌어진 이번 파동을 두고 국방부에선 수사단장의 과도한 공명심이 낳은 일탈, 나아가 수사단의 조직적 반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하지만 그간 보여준 국방부의 대응이나 해명도 의문투성이이긴 마찬가지다. 박 대령의 반발에 국방부 검찰단이 당장 구속 수사 같은 강수로 대응한다면 그것은 논란을 봉합하기는커녕 더욱 키우는 꼴이 될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