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주거 안정성 높은 게 장점… 국내 도입 시 임대료 인상 최소화 장치 마련해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한 행인이 매물 가격을 들여다보고 있다. 뉴스1
“올해 美 주택 가격 상승률 6%” 전망도
국내에서도 특정 지역의 집값이 반등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에서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하는 추세가 상당 기간 이어졌는데, 이는 집값 관련 통계가 본격적으로 작성된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주택 가격 하락으로 줄어든 매매 수요는 임대 수요로 전환돼 전세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하락기에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시에 하락해 역전세와 전세사기 문제가 대두됐다.문제는 이처럼 전세와 관련된 여러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세 제도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시장 분위기가 이어질 때는 영속성을 갖기 어렵다.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는 매매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맡기고 2년 동안 거주할 권리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한다면 주택 가격과 전세보증금의 격차가 줄어들어 전세 제도의 소구력이 줄어든다. 이런 현상은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높은 연립·빌라·다세대주택에서 더 두드러진다. 이런 유형의 주택은 보유 수요보다 거주 수요에 의해 시장이 움직이는데, 여전히 소비자들이 느끼는 전세사기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필자는 전세 제도를 한국 주택시장의 ‘회색 코뿔소’라고 표현하고 싶다. 회색 코뿔소라는 용어는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셸 부커 당시 세계정책연구소 대표가 처음 언급했다. 코뿔소는 몸집이 커서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방향을 틀거나 멈추기 어렵다. 이런 코뿔소에 부딪친 사람이 크게 다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예측 가능한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일상에서 배제하기 어렵고, 파급력이 큰 경제 리스크가 바로 회색 코뿔소다.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사실상 예측 불가능한 변수인 ‘검은 백조’와 비교된다. 전세 제도는 1000조 원에 달하는 보증금 반환 의무를 사실상 집주인의 경제력과 양심에 의존하고 있다.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는 시장 상황에서 정부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집주인 관련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바뀐 美 주택시장
미국 단독주택 단지. GETTYIMAGES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주택임대 기업의 활동 반경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단독주택까지 기업형 임대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기존 단독주택 임대는 소규모 개인 임대인(mom-and-pop), 쉽게 말해 다주택자 영역이었다. 이들은 월간 임대료 수익과 자산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주택에 투자했다. 그러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미국 단독주택 임대시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당시 돈을 빌린 이들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집이 대거 경매에 나왔다. 경기 악화 여파로 입찰자가 자취를 감춰 시장의 또 다른 리스크가 됐다. 결국 미 당국은 쏟아지는 부실 자산을 감당하고자 기관투자자에게 취득세와 양도세를 감면해주고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등 혜택을 줬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수백만 채에 달하던 부실 자산을 해결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기관들의 단독주택 임대사업이 본격화된 계기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주택담보대출 부도가 심각했던 애틀랜타주를 비롯한 선벨트 지역에서 임대사업이 활발하다. 특정 지역에서는 전체 주택의 60% 이상이 임대형 단독주택일 정도다.
개인 임대인에 비해 기업형 임대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신뢰와 안정성이다. 임대주택 매입과 개발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기업은 사업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따라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마련인데, 이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으로 이어진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각 업체의 전략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 결국 임차인의 주택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
‘임대료 폭등’ 베를린 반면교사
2021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민간 임대기업이 소유한 주택을 몰수하자는 시위가 열렸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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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02호에 실렸습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