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 등이 ‘김은경 혁신안에 당원이 답한다’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국민응답센터에 지난 10일 올라온 이 같은 내용의 청원이 13일 오후 4시 기준 4만8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당 지도부가 청원에 대한 의견을 직접 밝혀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의 일이기 때문에 16일 의원총회와 28일 의원 워크숍에서 토론하고 당원 및 국민 의견 듣는 절차도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 들은 다음에 다시 지도부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은경 혁신위가 던지고 떠난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 권한 폐지’ 및 ‘현역 의원 대상 공천 페널티 강화’ 등의 혁신안을 둘러싸고 당내 후폭풍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 권리당원 “혁신안 이행” vs 비명계 “개딸당 만드나”
해당 청원 작성자는 청원글에서 “권리당원들은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에 상당수 많은부분을 공감하고 동의한다”며 “당직자와 민심과의 괴리가 상당히 심한데, 그 괴리감을 정확하게 분석해준 체계적이고 과학적 혁신안”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은 권리당원만 작성할 수 있다.이에 맞서 비명(비이재명)계는 강한 반발을 이어갔다. 5선 이상민 의원은 11일 저녁 CBS 라디오에서 “(혁신위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뜻을 받들어 ‘개딸당’을 지향했으니 당으로서는 정말 백해무익에 그친 것”이라며 “폭력적인 당내의 일그러진 정치 문화를 바로잡는 게 혁신의 1차 대상인데, 그것은 놔두고 그들(개딸)의 뜻을 받들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당에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영향력 키우기에만 골몰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혁신위가 외부로부터의 당에 대한 신뢰 강화 방침이 아닌 당내 투표권과 공천룰에 더 주력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혁신위 출범 계기 자체가 당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며 “대의원 투표권을 없앤다고 지금 당이 처한 도덕성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닐 뿐더러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도 어렵다”고 했다.
● 16일 의총부터 전면전 예상
혁신안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면서 16일 민주당 의총에서도 의원들 간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혁신안이 의총에 올릴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친명 의원은 “지도부가 결단해서 추진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친명계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혁신의 대상이기 때문에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혁신위가 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의원들이 적정성을 따지는 건 엄연한 이해 충돌”이라고 밝혔다.반면 비명계 의원은 “지도부는 혁신안을 의총에서 논의하기 보다는 혁신위 제안을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수정해서 받아들이는 형식을 희망하는 것 같다”면서도 “의총장에서 의원들이 알아서 자유발언에 나서 반발하면 논의 자체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 친문 의원도 “지도부가 의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잘 만들어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할 것”이라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