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계를 떠나 ‘고깃집 주방장’으로 변신한 신진식 전 삼성화재 감독이 손질할 고깃덩어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용인=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틈틈이 홀에 나와 손님들을 맞이하고 고기를 나른다. 앞치마 차림에 모자를 쓰고 나타난 그를 본 손님들 중에선 “정말 신진식 선수 맞느냐”며 신기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영업사원’까지 겸하는 그는 손님들이 권하는 소주를 한 잔씩 받아 마시기도 한다.
그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을 일한다. 운동할 시간을 좀처럼 내지 못하는 그는 골프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푼다. 주로 일요일에 골프를 치는데 가끔 평일 아침 이른 라운드를 한 뒤 가게로 출근하기도 한다.
그는 배구계에서도 알아주는 골프 실력자였다. 2019년 열린 배구인 자선골프대회에서는 생애 베스트인 3언더파로 메달리스트가 되기도 했다. 연습을 자주 하지 못하는 요즘은 스코어가 80대 초중반을 오르내린다. 한때 드라이버샷으로 250m를 날리던 장타자였지만 요즘은 230m 안팎의 안정적인 샷을 구사한다. 다소 불규칙한 생활 속에서도 그는 선수 때와 비슷한 70kg대 중후반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바쁘게 살다 보니 살이 잘 찌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장사로 성공한 뒤 다시 배구계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 당장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구 해설 제안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는 “주방장이다 보니 자리를 오래 비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향후 배구계로 복귀한 뒤 가장 맡고 싶은 자리는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프로팀 감독을 지낸 그는 “남자 배구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인기도 많이 가라앉은 측면이 있다. 젊은 선수들을 잘 키워 예전 한국 배구의 위상을 되찾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