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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칼로리 고단백질 비건 국 어때요?”

입력 | 2023-08-14 03:00:00

‘코리아 비건페어 2023’ 가보니
쿠키-소스-국 등 비건 식료품 소개
기후위기 대응 방법으로도 주목
서울시, 비건 푸드 스타트업 발굴




“헴프시드는 그냥 먹긴 힘들지만 끓이면 곰탕과 비슷한 맛이 나요. 간단하게 채식을 실천해 보세요.”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비건페어 2023’의 서울시 홍보관에서 채선우 국제그린푸드연구소 셰프(오른쪽)가 ‘헴프시드 국’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흘간 열린 이번 행사에는 1만3000여 명이 방문했다. 서울시 제공

채선우 국제그린푸드연구소 셰프(45)는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비건페어 2023’의 서울시 홍보관에서 채식 요리를 선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환각 성분을 제거한 대마 씨앗을 ‘헴프시드’라고 부르는데,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젊은층에게 ‘건강한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채 셰프는 “육식을 안 하면서 단백질까지 맛있게 챙겨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며 “헴프시드를 활용한 조리법은 간단해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행사도 늘고 있다. 서울시도 한국국제전시와 10일부터 사흘 동안 ‘코리아 비건페어 2023’을 공동 주최했다.





● 코리아 비건페어에 1만3000여 명 방문


‘코리아 비건페어’에 참여한 채 셰프는 헴프시드와 물을 1 대 3 비율로 넣고 만든 ‘헴프시드 국’을 선보였다. 물에 헴프시드를 넣고 1시간 이상 푹 끓이면 곰국과 맛이 비슷해지는데 이걸 얼려서 보관하면 다른 찌개나 국을 만들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헴프시드 국을 맛본 최정란 씨(69)는 “조리법이 간단한데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다”며 “선천적으로 고기가 몸에 잘 맞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앞으로 집에서 자주 해 먹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행사에는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소스, 쿠키 등 각종 비건 식료품이 소개됐다. 플라스틱 재활용 원단으로 만든 옷도 전시됐다. 재활용 의류 전문업체 ‘플라스틱 리본’ 관계자는 “500mL 생수병 80개로 후드티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며 “플라스틱으로 인해 위협받는 지구를 위해 조금이나마 할 일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근 비건은 단순 식생활뿐 아니라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다양한 영역으로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 원단으로 만든 의류 등이 전시된 비건페어 라이프스타일 체험관 모습.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14.5%를 배출한다. 이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은 “비건 라이프야말로 가장 확실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비건은 식생활뿐 아니라 동물 가죽으로 만든 옷 입지 않기, 동물실험 화장품 쓰지 않기 등으로 확장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코리아 비건페어’에도 사흘 동안 총 1만3000여 명이 방문했다. 행사장을 찾은 김수경 씨(29)는 “비건에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눈길 가는 전시품이 많았다”며 “당장 식생활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가급적 비건 용품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지자체 사이에도 비건 정책 확산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비건 분야 정책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먹거리 창업센터 등을 통해 비건 분야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9월 16∼22일 운영되는 ‘서울 미식 주간’에서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을 펼치는 한편으로 서울 채식 맛집 50선 책자도 발간할 예정이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비건은 기후위기 대응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기후변화 대응 방안들을 꾸준히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