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버리는 아이들] 일반고 교사 261명 대상 설문조사 사교육에 돈 쓰며 학교수업 뒷전 “교권 회복-면학 분위기 조성” 지적
2일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목동본원에서 수험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다. 2023.07.02. 뉴시스
‘고3 교실 25명 중 수업 듣는 학생은 5명.’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이 일반고 교사들에게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이라고 가정할 때 3학년 교실에서 몇 명이나 수업을 듣느냐’고 물은 결과다. 지난해 9월 전국 일반고 교사 261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36%는 “16∼20명은 수업을 안 듣는다”고 답했다. 17%는 “21∼25명은 안 듣는다”고 답했다.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수업 미참여 형태(복수 응답)를 묻는 질문에서는 ‘수업과 무관한 학습 하기’가 56.7%로 가장 많았다. 교사가 앞에서 수업을 하는데 학생은 다른 과목, 다른 내용을 혼자 공부한다는 것. 다음은 △수업 중 잠자기(33.0%) △학습과 무관한 딴짓하기(28.4%) △일부 교시만 출석 후 조퇴하기(28.0%) 등이었다. 수업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심지어는 잔다는 뜻이다. 자퇴한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학교는 공부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지적한 것과 동일하다.
학교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할 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력 격차다. 사교육을 받을 여건이 되는 학생들은 미흡한 공부를 학원에서 채울 수 있지만, 학교가 전부인 학생들은 기초학력을 위협받는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중3 국어, 영어, 수학 기초학력 미달 평균 비율은 2012년 2.2%에서 지난해 11.1%로 5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고2는 3.0%에서 10.8%로 증가했다.
무너진 학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교권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집중해서 공부하려면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요즘 학교의 면학 분위기가 엉망이 된 것은 교사가 문제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도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다. 인권 침해, 차별, 아동학대 등 갖가지 이유로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억울한 신고를 당하다 보면 교사들도 학생 지도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교육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중 교권 회복 및 보호 종합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8 교수학습 국제조사연구’에 따르면 한국 교사들의 행정업무 시간은 주당 5.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평균(2.7시간)의 두 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