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첫 치즈는 대부분 모짜렐라 또는 체다일 가능성이 높다. 동네 마트만 가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데다 피자와 햄버거 등 여러 음식에 빠지지 않고 토핑으로 들어가기 때문. 하지만 모짜렐라와 체다로 치즈를 다 알았다며 만족하기에는 아쉽다. 진정한 치즈의 매력에 눈을 뜨려면 비주얼, 식감, 풍미 등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는 전 세계 치즈들을 맛봐야 한다. 요즘은 대형마트의 유제품 코너만 가도 여러 치즈를 구매할 수 있지만 치즈별 특징을 잘 모르는 우리들의 손은 여전히 갈팡질팡한다. 자칫 치즈 찐덕후들 입맛에 맞을법한 종류를 샀다가는 코를 찌르는 쿰쿰함에 기겁해 오히려 치즈와 거리를 두게될 수도 있다.
새로운 치즈 세계에 입문하고 싶은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7년간 국내 최초의 아티장 치즈 레스토랑 '치즈플로'를 운영해 온 조장현 셰프가 입문자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4가지 치즈와 각 치즈 맛을 끌어올려 줄 가정용 레시피를 추천한다. 호불호가 낮은 적정 수준의 짭조름함과 고소함을 지닌 치즈 중 흰 곰팡이가 피어난 종류부터 구워 먹을 수 있는 종류까지 이색 치즈들만 엄선했다.
브리 치즈의 첫인상은 꽤 익숙하다. 흰 곰팡이가 동그란 치즈 표면을 덮은 형태로 그 모습이 케이크 한 판을 연상시킨다. 흰 곰팡이가 핀 부분은 실제 먹을 수 있고 이 흰 곰팡이가 브리 치즈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예컨대 흰 곰팡이가 생성한 암모니아는 브리 치즈 특유의 은은한 버섯 향을 내고 치즈의 질감을 부드럽게 만든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치즈의 숙성을 촉진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브리 치즈의 고소함과 풍미가 짙어진다. 우유의 진한 맛을 좋아한다면 속에 생크림이 가미된 크림 브리를 추천한다. 생크림 함유량에 따라 더블 크림 브리, 트리플 크림 브리로 분류되기 때문에 단계별로 크림 브리를 맛보며 입맛에 맞는 유형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할루미 치즈에겐 ‘녹인다’보단 ‘굽는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중동 지역에서 기원한 이 치즈는 뜨거운 온도에서도 잘 녹지 않기 때문에 프라이팬에 구워먹을 수 있다. 이는 할루미 치즈의 독특한 제조 방식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치즈를 만들 땐 원유에 렌넷(응고제)을 배합해 고형화된 덩어리를 완성한다. 이후 원유 덩어리를 자르고 계속 저어주며 내부에 남아있는 액체인 유청을 모두 제거한다. 하지만 할루미 치즈의 제조 방식은 다르다. 제거한 유청을 다시 끓인 후 여기에 성형이 완료된 치즈를 데쳐낸다. 고온에서 데쳐지는 순간에 단단한 모양새가 완성되고 우유에서 비롯된 유청으로 데치다 보니 우유의 고소함과 미세한 단맛도 살아난다.
구웠을 때 먹음직스런 비주얼과 식감도 할루미 치즈의 정수다. 할루미 치즈의 경우 유당이 제거되는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열기에 닿으면 유당에 의한 카라멜 빛깔이 선명히 나타난다. 완성도 높은 할루미 치즈에선 뽀득뽀득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자.
페타 치즈는 그리스 치즈의 대표주자다. 소금물에 담가서 보관하는 치즈로 쉽게 상하지 않으며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조화로운 편이다. 일반적으로 3주간의 숙성 기간을 거치는데 구매한 페타 치즈가 과하게 짤 경우 차가운 물에 20분 정도 담가 짠 맛을 빼줘야 한다. 페타 치즈는 쉽게 부서지는 질감 덕분에 샐러드의 토핑으로도 제격이다.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채소와도 잘 어울리며 부서진 채 흩날린 모양새가 샐러드 위의 신스틸러를 자처한다. 그리스에서 즐겨 먹는 치즈인 만큼 올리브와 토마토 등 지중해식 샐러드의 식재료들과 궁합이 좋다. 그리스에서는 양 또는 염소의 원유로 페타 치즈를 만들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는 낯설 수 있기 때문에 젖소의 원유로 제조한 페타 치즈를 추천한다.
복주머니처럼 생긴 부라타 치즈는 한 입에 2가지 매력을 선물한다. 모짜렐라를 얇게 펴서 만든 피는 쫄깃하며 모짜렐라와 생크림을 섞어 만든 속 재료인 스트라치아텔라는 크리미한 풍미를 복돋아준다. 피와 속 각각의 매력이 뚜렷하지만 부라타 치즈를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피와 속을 동시에 먹어야 한다. 입 안에 다채로운 식감과 부드러운 우유 맛이 퍼질 때 부라타 치즈의 매력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어서다. 부라타가 이탈리아어로 ‘버터’를 의미하듯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극대화된 치즈인 덕분에 국내에서도 호불호가 낮은 편이다. 이탈리아에선 부라타 치즈에 올리브 오일만 뿌려서 즐기거나 샐러드 또는 샌드위치의 포인트로 활용한다.
인터비즈 이한규 기자 hanq@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