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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해병대 전 수사단장 혐의 ‘집단항명 수괴→항명’ 변경

입력 | 2023-08-14 17:43:00

공동정범 2명, 박 대령 지시 단순 따랐다 판단
판단 바꾼 배경에 날로 악화하는 여론 의식한 듯
박 대령 측, 이날 수사심의위원회 신청서 제출




국방부 검찰단이 해병대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의 혐의를 당초 집단항명 수괴에서 항명으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령의 보직해임을 놓고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사단원까지 처벌할 경우 여론악화를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에게 적용했던 혐의를 ‘집단항명 수괴’에서 ‘항명’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군검찰은 경북경찰청에 채수근 상병 순직사건 조사 보고서를 넘긴 해병대 수사단 광역수사대장과 부사관 등 2명도 공동정범으로 판단, 박 대령에게 ‘집단항명 수괴’라는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들이 박 대령의 지시를 단순히 따랐다고 판단해 박 대령 혐의를 항명으로 변경했다.

군검찰이 갑자기 박 대령 혐의를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된 바 없다. 다만 이번 사건을 놓고 군에 대한 여론이 날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수사단원까지 혐의를 적용할 경우, 더 큰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앞서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측에서는 수사단원 입건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대령은 고 채수근 상병 순직사고 조사 과정에서 경찰에 이첩 대기하라는 지시를 어겨 ‘집단항명의 수괴’로 보직해임됐는데, 수괴 자체가 집단을 의미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령 변호인단의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모 방송사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수사단원도 수사대상이 되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수괴라는 것은 한 명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답했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 7월 19일 오전 9시 3분께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보문교 남단 100m 지점에서 폭우 실종자를 수색작업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같은날 저녁 11시 10분경 실종 지점에서 5.8km 떨어진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소방당국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이 장관은 이 보고서를 결재까지 끝냈다.

하지만 다음날인 31일 이 장관은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앞두고 해병대 지휘부에 이첩을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이러한 지시를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 대령에게 전달했으나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게 국방부 측 주장이다.


이에 해병대는 지난 8일 오전 해병대사령부에서 정종범 부사령관을 심의위원장으로 하는 보직해임심의위원회를 열고 박정훈 대령을 보직 해임했다.

국방부는 지난 2일 경북경철청으로부터 조사 보고서를 회수했고, 이번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했다. 동시에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 항명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박 대령은 지난 11일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를 거부한 채 KBS 생방송 인터뷰에 응했다. 이에 해병대는 공보규정을 어긴 박 대령에 대해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박 대령 측, 국방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

한편, 박 대령 측 법률변호인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오전 등기우편으로 국방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발송했다.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021년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사건 이후 군 내 공정한 수사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다양한 분야 민간 전문가들이 위촉된다. 민간위원들은 수사과정에 자문을 제공한다. 수사심의위원은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 의해 추천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과 관련한 질문에 “신청을 하면 수사심의를 열지 말지에 대한 ’부의(附議) 심의위‘를 (개최)해야 하고, 그 결정에 따라 수사심의위가 열린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위원을 선정하는 것이 옳냐는 지적에는 “법무관리관이 주어진 권한·역할 내에서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배척해야 한다는) 그런 의견이 법리적으로 맞는지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