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문화부 차장
“K팝 콘서트는 파행을 이어가던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의 구원투수였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1일 열린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무려 6년간의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대회 초반부터 부실한 운영으로 논란이 됐다. 새만금은 그늘이 없는 간척지임에도 불구하고 폭염 대비책이 미흡했고, 샤워장 화장실 등 필수 위생시설이 태부족했다.
다행히 파행으로 시작된 잼버리는 환호로 마무리됐다. 당초 6일 새만금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팝 콘서트는 폭염과 태풍의 영향으로 장소와 일정이 변경돼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날 콘서트에선 153개국 4만3000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K팝 공연을 즐겼다. 생중계된 방송에서 청소년 대원들은 카메라가 자신들을 비출 땐 출신 국가명을 화면에 띄운 스마트폰을 흔들며 흥분했다. 세계인에게 조롱거리가 된 잼버리 부실 운영 여론을 만회하려는 듯 콘서트 생중계 카메라 역시 K팝 가수들의 공연과 열광하는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의 모습을 교차로 내보냈다. K팝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며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스러웠다.
K팝 콘서트를 앞두고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방부는 11일 K팝 콘서트에 현재 일부 군인 신분인 방탄소년단(BTS)이 모두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BTS 팬들은 “잼버리 파행의 뒷수습을 BTS에게 시키려는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외신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로이터통신과 AFP 등은 “폭염, 비위생적 환경 등으로 얼룩진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K팝 콘서트와 사과로 끝났다” “한국 정부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일정을 변경해) K팝 콘서트를 열었다”며 일침을 가했다.
6년간 준비한 잼버리를 통해 국격을 높였어야 할 대상은 10대 위주의 K팝 스타가 아닌 조직위와 전북도, 관계 정부 부처다. 국제 행사 파행의 빈틈을 세계에서 활약하는 스타들로 메우는 아마추어식 행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