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도까지 오르는 폭염과 산불로 목장이 한 달간 정전돼 가축들을 먹일 물을 퍼올릴 수 없었고 소들은 죽거나 삐쩍 말랐어요.”(리키 헬드·22)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가족들과 허클베리를 수확해 잼과 시럽을 만들어 생활하는데 산불로 모든 게 불탔어요.”(사리엘 산도발·20)
“강에서 플라잉 낚시하는 걸 좋아해요. 기온이 오르고 땅이 메마르면 물고기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실감했어요.”(키안 태너·18)
실제로 지난 10년간 미국 전역에서는 주 정부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이 수십 건 제기됐지만 이번 사건 이전까지는 모두 기각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4일(현지 시간) 몬태나주 법원이 승소판결까지 내린 것이다
● ‘건강한 환경에서 살 권리’ 청년들 호소 인정한 법원이 소송이 제기될 당시인 2020년 몬태나주에서는 심한 산불과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이 다수인 주 의회는 주 정부가 화석연료 관련 사업 승인 여부를 판단할 때 온실 가스 배출량을 조사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만들어 가스정 및 유정 개발, 석탄 채굴 등 사업을 오히려 더 쉽게 만들었다. 몬태나는 가스정 5000여개, 유정 4000여 개, 정유소 4개, 탄광 6개가 있는 미국 내 대표적인 화석 연료 생산 지역이다.
청소년들은 주 의회와 정부의 조치로 인해 주민들과 미래 세대들이 위험에 놓였다며 해당 정책이 주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몬태나주 헌법은 ‘주민의 삶을 유지하고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반면 주 정부는 재판에서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문제로 몬태나주의 탄소 배출량은 전 지구적 흐름을 바꾸기엔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청년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을 맡은 케이시 실리 몬태내주 지방법원 판사는 주 정부가 화석 연료 허가 요청을 승인할 때 온실 가스 배출량을 조사하지 않는 것은 주민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이었던 ‘화석연료의 사용’과 ‘기후위기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 간 연관성을 인정한 것이다.
● 판결의 실효성에 대해선 시각 엇갈려미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이번 법원 결정을 ‘역사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리처드 라자루스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주정부가 기후 변화와 관련된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획기적 승리”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줄 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몬태나주에선 환경권과 관련한 주 정부의 의무가 헌법에 명시돼있었던 덕분에 이 같은 판결이 나올 수 있었지만, 미국에서 비슷한 조항이 있는 곳은 하와이, 펜실베이니아, 메사추세츠, 뉴욕주 등 소수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환경법 전문가인 짐 허프만은 AP통신에 “이번 판결은 다른 유사한 환경권 관련 사건에 ‘감정적 지지’ 외에 도움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단순히 주 정부가 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선언적 판결’로서 주 정부에 특정 조치를 명령하지는 않았다”며 “정부가 기존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이번 소송에서 청년들을 대리했던 환경단체 소속 변호사 필립 그리고리는 “몬태나주 판결이 다른 주에서 구속력을 갖지 않지만 내년에 있을 하와이주 재판 등 다른 주 판사들에게 지침이 될 수 있어 파급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