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개발 업체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형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中融)신탁이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3개 회사에 만기상품의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는데, 그 규모가 3500억 위안(약 64조 원)에 달한다. 모기업인 중국 최대 자산관리회사 중즈그룹의 유동성 위기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14일 아시아 주요국들의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부동산개발 업체들은 이미 ‘도미노 디폴트’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1위 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은 11종의 채권 거래가 정지됐고 국영업체인 위안양(遠洋·시노오션)도 2000만 달러 규모의 채권 이자 지급에 실패했다. 중국 경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여기에 투자해 온 금융회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억대 자금을 넣어놓은 수십만 명의 투자자들 또한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외국인 투자 이탈까지 가속화하면서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올 것이란 우려가 크다.
부동산에 이은 금융업계의 연쇄 부도 위기는 중국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악재다.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0.3%)로 하락하며 ‘디플레이션 공포’를 확산시켰다. 어제 나온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도 모두 시장 전망치를 밑돈다. 청년실업률은 아예 발표조차 되지 않았다. 21.3%까지 치솟은 실업률이 신규 대졸자들의 대거 유입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중국 당국이 발표를 중단해버린 것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과 불신만 더 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