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에페 국가대표 송세라 불타는 의지
경기 지고 마스크 내던지던 다혈질 중3
마음 다스리며 성장해 세계선수권 2관왕
단신 약점 빠른 발로 만회하며 날아올라

여자 펜싱 에페 국가대표 송세라(부산시청)가 10일 오후 훈련에 앞서 지그시 눈을 감은 채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을 차지한 송세라는 다음 달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에페 2관왕에 도전한다. 부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하지만 이제 송세라는 웬만해선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선수가 됐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도 표정을 읽기가 어렵다. 소속 팀 부산시청에서 8년째 함께 운동하고 있는 동갑내기 장나라도 “속마음을 알기 어려워 서운할 때가 있다”고 할 정도다.
10일 소속 팀 훈련장인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펜싱장에서 만난 송세라는 “상대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움직임을 보면 조급해하는지 아닌지 등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며 “나도 어렸을 땐 급한 마음에 공격을 들어갔다가 수를 읽혀 자주 반격당하곤 했다. 그러면서 심리 상태를 숨기려는 노력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세라는 여자 에페 국내 1인자다. 세계랭킹 5위로 국내 선수 중 가장 높다. 지난해 2월 바르셀로나 월드컵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7월 카이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정상에 오르며 2관왕이 됐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여자 에페 2관왕에 오른 건 송세라가 처음이었다. 올해 5월 푸자이라 월드컵에선 당시 세계 1위 비비언 콩(홍콩)을 꺾고 우승했다.
송세라에게 ‘끓는점’이 찾아온 건 대학 3학년이던 2014년이었다. 그해 한국대학펜싱연맹회장기에서 처음으로 개인전 1위를 했다. 이후 출전하는 대회마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5년엔 국가대표 1진에 처음 뽑히기도 했다.
키 164cm인 송세라는 펜싱 선수치고는 작은 편이다. 국제대회에서 상대하는 선수들 대부분은 키가 170cm를 넘는다. 팔 길이도 상대 선수들에 비해 3cm가량 짧다. 송세라가 권총 손잡이 모양의 피스톨 그립 대신 휜 막대기 모양의 프렌치 그립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렌치 그립은 피스톨 그립보다 무겁지만 더 길다.
송세라는 다음 달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도전한다. 그는 “아시안게임 전까지 부상 부위 통증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세계선수권에서 2관왕을 해봤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2관왕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송세라는 아킬레스건 부상 여파로 지난달 밀라노 세계선수권에선 개인전 9위를 했다. 한국 여자 펜싱이 아시안게임 에페 종목에서 2관왕을 차지한 건 2002년 부산 대회 때 김희정(48·은퇴)이 유일하다.
부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