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 속 경기회복 지연 탓
올해 상반기(1∼6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건수가 벌써 전년도의 70% 수준까지 올라왔다. 고금리 기조에 경기 회복도 지연되면서 한계 상황에 몰린 대출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신호다. 채무조정 대상자 중 빚을 성실히 갚아온 이들의 연체율도 높아지는 추세여서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채무조정 신청자 수는 총 9만1981명이었다. 반년 만에 지난해 전체(13만8202명)의 66.6%에 해당하는 채무조정 신청이 접수된 것이다.
채무조정은 빚이 많아 정상적인 상환이 어려운 대출자에게 만기 연장, 분할 상환, 채무 감면 등의 방식으로 재기를 돕는 제도다.
고금리 속… 성실히 빚 갚던 사람들 연체율도 상승
“대출 갚기 어려워”
상환에 걸리는 기간 평균 100개월
2018년 이후 계속해서 늘어나
상환에 걸리는 기간 평균 100개월
2018년 이후 계속해서 늘어나
대출자들이 빚을 전부 갚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졌다. 대출자의 평균 채무 변제 기간은 6월 말 기준 100.5개월로 지난해 말(94.1개월) 대비 약 6.8% 늘어났다. 대출자의 변제 기간은 2018년 이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양 의원은 “채무조정 신청자 수는 연말까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취약계층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있고 체감경기 역시 냉랭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처럼 성실 상환자들만 이용하는 소액대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6월 말 기준 소액대출 연체율은 10.9%로 지난해 말(10.5%)보다 0.4%포인트 올랐다. 소액대출 연체율은 2020∼2021년 7.5%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두 자릿수로 껑충 뛰었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빚을 성실히 갚아온 상환자들조차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중저신용자는 물론이고 고신용자도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한다. 향후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딜 경우 대출 부실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높은 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이 많고 이에 대한 부실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하반기(7∼12월)까지는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