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ℓ당 전국 평균 가격 11개월 만에 1700원 선 돌파
"더 오르기 전에…" "싸다길래 왔다" 운전자들 근심 깊어

“기름 넣을 때마다 덜컥 겁부터 나요. 당분간 외출은 자제하려구요.”
16일 낮 시간대 광주 서구 치평동 한 대형주유소. 유가가 불과 한 달 사이 ℓ당 100원 이상 치솟자, 비교적 저렴하다고 입소문을 탄 주유소 앞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출입구 2곳 모두 주유소에 들어서는 차량들이 줄지어 섰고 갓길 1개 차선에도 4~5대가 정차하기 일쑤였다. 반면 전국 평균 유가에 근접한 또 다른 주유소에는 1시간 넘도록 차량 1대 들어서지 않았다.
주유 단말기기 앞에 선 한 시민은 신용카드를 손에 쥔 채 한참 망설이다, 주유에 나섰다. 또 다른 승용차 운전자는 휘발유 단위 가격표에 당황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승합차에 7만원 어치 경유를 주유하던 유모(64)씨는 “확실히 기름값이 올랐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영업용으로도 차량을 이용하고 있어 부담이 더 크다. 걱정이 앞선다”면서 “아무래도 불필요한 외출이나 여행은 당분간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형 SUV차량 운전자인 박모(35·여)씨도 “생활비에서 유류비 부담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아이들과 함께 여름 휴가를 다녀오기 전후 피부로 느껴지는 가격 차이가 크다”고 했다.
준대형승용차 운전자인 유모(35)씨는 “3주 전보다 휘발유 가격이 100원 이상 오른 것 같다. 장거리 주행이 많지는 않은 편인데도 유가가 쌀 때보다 한 달 유류비가 10만~15만 원 가량 더 들 것 같다”고 했다.
주유소 직원은 “가격이 쌀 때 매입해 재고로 돌려놨던 기름이 있어 평균가보다 더 저렴하게 팔 수 있다. 최근엔 유류 도매가도 한 달 전보다 140원이 높아졌다. 재고가 다 떨어지면 소비자 판매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유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싼 이 주유소에 하루 평균 200대가 더 찾아와 붐빈다”고 전했다.
이날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오피넷) 집계 기준 1730원을 기록,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에 1700원 선을 넘겼다.
주유소 745곳이 영업 중인 전남도 ℓ당 휘발유 평균 값이 1712.65원으로, 7월 1일(1579원)보다 133원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경유 역시 ℓ당 1393원에서 1561.11원으로 168원 가량 인상됐다.
이처럼 유가 인상에 따른 서민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이달 말 종료하려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3개월 연장할 지 검토 중이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