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영등포구의 한 마트 떨이코너. ⓒ News1
# 주부 A씨(53)는 마트가 문을 열자마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떨이상품’이 진열된 매대로 향했다. 2~3명의 주부도 재빠르게 카트를 밀며 뒤따랐다. 채소와 과일 가격이 치솟으면서 나타난 새로운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달려가는 현상)’이다.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풍경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B씨는 “요즘 떨이상품 금방 없어져요. 오픈한 지 30분밖에 안 됐으니까 좀 남아있는 거지, 11시쯤 되면 다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예전에 비해 떨이상품 매진 속도가 2배 정도 빨라진 셈이다.
‘떨이제품’은 정가대비 10~5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이날 정식매대에서 판매하는 제철 포도는 1kg당 1만5900원. 반면 할인 코너에 있는 포도는 1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정가 대비 30~40%가량 저렴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마트에서 장보는 주부. ⓒ News1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서 이달 10일 기준으로 집계한 과일 값도 전달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올랐다. 사과(상품) 도매가격은 10㎏에 8만6225원으로 1년 전(5만9720원)보다 44.4% 급등했다. 지난달(7만4872원)에 비해서도 15.2% 올랐다.
이날 진열대에 햇사과 1봉지(5~8개)는 1만4900원, 초록사과 1봉지(5~8개)는 1만1900원 꼴이었다. 아직 제철은 아니지만 추석상에 빠질 수 없는 배도 비싸긴 마찬가지었다. 원황배 한박스(4~7개)의 가격은 1만5900원 수준이다.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차례상에 올릴 과일을 장만하는 데만 5만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사과와 배 가격을 유심히 살피던 주부 이모씨(58)는 “살 엄두가 나지 많는다”며 “추석쯤에 지금보다 더 올라있을텐데 이번에는 조촐하게 차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집중 호우로 과수 농가 피해는 전국적으로 여의도 면적(290㏊)의 10배가 넘는 3042헥타르(㏊)로 파악됐다. 그중 여름 제철 과일인 복숭아(1418.8㏊)와 사과(537.9㏊)를 경작하는 과수원에 피해가 집중됐다.
판매대에서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들은 오른 가격에 한결같이 신중한 모습이었다. 이날 진열된 복숭아는 충주복숭아 4~7개에 1만8900원, 천도복숭아 6~13개에 1만1900원, 가장 비싼 복숭아는 4~6개에 1만9800원까지 치솟아 있었다.
오히려 해외 수입 과일을 집어가는 주부둘의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한 60대 여성은 놓인 물건을 집었다 내려놓길 반복하다가 옆에 있는 캐나다산 체리를 한박스 담았다. 이날 매대에 진열된 캐나다산 체리는 500g에 1만1800원, 잭슨자몽 5~6개는 6980원꼴로 국산 과일에 비해 저렴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공급량 감소에 따라 이달 사과 도매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6% 비싸고, 배 역시 10.9~20.1%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태풍 피해 수준에 따라 이보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