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검장 때 ‘범죄와의 전쟁’ 마피아 보스들, 리코법으로 처벌 트럼프와 함께 처벌받을 위기
2016년 8월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 대선 유세 현장에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이때부터 트럼프의 최측근이었던 줄리아니 전 시장은 2020년 대선에서 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지아주 투표 결과를 뒤집으려 했을 때 이를 도와 사실상 범죄 전반을 설계한 혐의로 기소됐다. 애크런=AP 뉴시스
“리코법(RICO·마피아 등 조직범죄 처벌법) 챔피언이 이 법으로 몰락했다.”
14일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조지아주에서 투표 결과 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79)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내린 평가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2020년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개인 변호사로 일했다. 그는 당시 조지아주에서 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한 ‘조직범죄’에서 일종의 설계자 노릇을 하며 각종 조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 검사장이었을 때 리코법을 이용해 거물 범죄자를 줄줄이 잡아들였고, 그 명성으로 1994∼2001년 재선 뉴욕시장을 지낸 그가 같은 법에 의해 수감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리코법은 1970년 마피아 소탕을 위해 제정됐다. 배후에서 부하들에게 강력범죄를 시킨 뒤 일종의 ‘꼬리 자르기’를 하는 마피아 두목을 잡으려는 의도였다. 특정 범죄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일어났다는 점만 증명하면 직접 가담자가 아니어도 모두 기소할 수 있다. 특히 그는 법의 적용 대상을 주가 조작, 금융 사기 등을 일삼은 월가 금융 거물들로도 확대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민주당 텃밭인 뉴욕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시장에 뽑혔다. 그의 시장 재임 중 뉴욕의 강력범죄는 50% 줄었다.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자 안전모를 쓰고 현장에서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에 ‘미국의 시장’으로도 불렸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후 맹목적 충성을 보이며 최측근으로 군림했다.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기업의 이사 자격으로 고액 급여를 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의 수사를 종용했을 당시에도 통화를 주선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