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칼부림’ 사건 발생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2023.8.6/뉴스1
정부가 최근 도심 한복판에서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사법입원제와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신설 등 범정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과거에 발표했던 내용을 재탕하거나 부처별로 기존에 발표한 대책을 종합한 수준이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 절대적 종신형, 사법입원제 등 재탕 대책
한덕수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08.17. 서울=뉴시스
이날 법무부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추진하고, 판사가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판단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절대적 종신형’이라고 불리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2004년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에서 도입 검토 방침을 밝힌 후 20년 가까이 논의됐으나 “사회로 다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없다 보니 교화 여지가 없어진다” 등의 이유로 도입되지 못한 제도다.
이날 회의에서 경찰청은 다중밀집 장소에 경찰특공대 등을 배치하는 순찰을 강화하고 흉기 난동 범죄 발생 시 일선 경찰들의 면책권을 확대하며 총기・테이저건 사용을 늘리겠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4일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내용인데 일선 경찰 사이에서도 흉악 범죄가 발생했을 때마다 나온 단골 대책을 반복한 수준이란 평가가 나온다.
● “묻지 마 범죄 분류 기준도 자의적”
2000년대 초반부터 동기가 불분명하거나, 대상을 가리지 않는 범죄가 반복되면서 언론 등에선 이를 ‘묻지 마 범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묻지 마 범죄가 정확히 어떤 범죄를 가리키는지에 대한 정부 내 합의가 없다 보니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는 상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법무부는 ‘외로운 늑대’의 테러 124건을 연구한 후 종합 대책을 내놨다”며 “붙집힌 범인들에 대한 깊이 있는 생애사 연구로 범죄 원인과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 후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