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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대화[이준식의 한시 한 수]〈226〉

입력 | 2023-08-17 23:48:00


“댁은 집이 어디세요? 전 횡당(橫塘)에 사는데.
배 멈추고 잠깐 묻겠는데, 혹시 고향 사람 아닌가 싶어서요.”
“우리 집은 구강(九江) 강변이에요. 늘 구강 근처를 오가지요.
같은 장간(長干) 사람인데도, 어려서부터 서로 알지 못했네요.”
(君家何處住, 妾住在橫塘. 停船暫借問, 或恐是同鄕.(其一)
家臨九江水, 來去九江側. 同是長干人, 生小不相識.)(其二)


―‘장간의 노래(장간행·長干行) 제1·2수’ 최호(崔顥·704∼754)





남녀 간의 문답이 엇섞이면서 서로 동향인임을 확인하는 게 시의 전부다. 맨숭맨숭한 내용을 담은 이 노래의 매력이 무엇일까. 우선 여자가 먼저 남자 쪽에 말을 붙인다는 게 예사롭지 않다. 상대의 말투를 얼핏 듣고 동향인을 만났다는 반가움이 앞섰다고는 해도 선뜻 낯선 남자에게 말을 거는 경우란 흔치 않을 테니까. ‘댁은 집이 어디세요? 전 횡당(橫塘)에 사는데.’ 당돌하게 물어놓고는 스스로도 좀 계면쩍었던지 여자는 서둘러 ‘혹시 고향 사람 아닌가 싶어서요’라 둘러댄다. 자기 사는 곳까지 스스럼없이 밝히는 여자의 순진함, 시인에게는 이 발랄하고 대담한 여자가 퍽 인상 깊었을 것이다. ‘같은 장간(長干) 사람인데도, 어려서부터 서로 알지 못했네요.’ 남자의 뚝뚝하고 덤덤한 대꾸조차도 시인은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결국 시인은 이런 장면에서 봉건 예교의 가식을 벗어던진 청춘 남녀의 더없이 순박한 모습에 뭉클하지 않았을까.

민가의 최대 덕목은 질박한 언어로 진실을 담는 것. 이는 ‘보여주고 남기기 위한’ 사대부 문인의 과시의 노래와는 구분된다. 이 작품은 4수로 된 연작시 가운데 제1·2수. 시인은 민가풍을 본떠 화려한 진수성찬 대신 수수한 소찬(素饌)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