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콘텐츠-유통-금융-제조업까지 AI 전문인력 확보에 사활 걸어… CEO 절반 “AI 도입후 인력조정” AI반도체 품귀… 1년 기다리기도 ‘공동 구매’ 스타트업까지 등장
“연봉 90만 달러(약 12억 원).”
지난달 말 전 세계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가 인공지능(AI)의 하위 개념인 머신러닝 연구원을 모집하면서 내건 문구다. 챗GPT 등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확대되면서 금융, 유통, 빅테크, 엔터테인먼트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관련 인력의 채용이 급증하고 이들의 몸값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동시에 AI의 확산이 기존 일자리를 줄이는 조짐도 보인다.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143명 중 약 절반은 “생성형 AI의 도입으로 고용 중단 및 조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딜로이트컨설팅이 17일 공개했다.
● AI 인력 몸값 “美 상위 1%보다 많아”
넷플릭스는 당시 AI 관련 분야에 채용공고 3건을 내면서 각각 90만 달러, 75만 달러, 70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했다. 지난달 경제매체 포천은 미 상위 1% 소득자의 평균 연봉이 65만 달러라고 추산했는데 이를 능가한 수치다.
넷플릭스는 인력 채용 외에 향후 콘텐츠 제작 등에도 AI 관련 기술을 널리 사용할 뜻을 밝혔다. AI를 통해 시청자의 선호도 등을 파악한 뒤 이를 근거로 콘텐츠 제작 방향을 설정하거나 제작비 규모를 추산한다는 것이다.
미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또한 생성형 AI 수석 관리자의 연봉으로 34만3300달러(약 4억6000만 원)를 제시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은 올 6월에는 1억 달러를 투자해 자체 아마존웹서비스(AWS) 생성형 AI 혁신센터도 구축했다. 아마존은 고객과 AI 및 머신러닝 분야 기업 전문가를 연결해 의료, 금융, 제조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한편에선 AI가 기존 저숙련 일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17일 ‘딜로이트·포천 CEO 서베이’에 따르면 미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 경영자 143명 중 49%가 “생성형 AI 도입으로 인력 고용 중단이나 계획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83%는 “AI 등 첨단 기술 발전에 따라 6개월 이내에 직원 재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 AI 반도체 대기에 1년…‘칩 공구’ 스타트업까지
AI 운용에 꼭 필요한 첨단 반도체의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AI 열풍으로 미 주요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AI 서비스 개발 및 가동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16일 전했다.
특히 세계 최대 GPU 업체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 ‘H100’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이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미 AI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헤비아의 조지 시불카 CEO는 NYT에 “업계 사람들끼리 ‘H100을 가진 사람을 알고 있다’며 정보를 공유하는데, 마치 마약쟁이들이 마약 구하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AI 관련 고성능 반도체를 확보하려면 최대 1년은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생명인 스타트업에는 기술 개발 기회가 차단되는 셈이다. 이에 일부 창업자와 벤처투자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GPU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 아예 GPU의 공동구매를 도와주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