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상한선 15년새 5배로 올라 노인빈곤 해소하려던 취지 무색 국민연금 가입 동기 약화 우려
올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상한선이 월 소득 인정액 202만 원(1인 가구 기준)으로 지난 15년 사이 5배나 올랐다. 기초연금이 상대적으로 덜 빈곤한 노인에게도 지급되면서 노인 빈곤 해소라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 위원들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개혁 방향성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개편안은 내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08년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의 전신)이 처음 시행될 당시엔 월 소득 인정액 40만 원 이하인 노인에게 매달 10만 원씩 지급됐다. 그런데 올해는 기준이 되는 월 소득 인정액이 202만 원이다. 매달 받는 금액도 월 32만3180원으로 올랐다. 월 소득 인정액은 월 소득과 금융자산, 부동산 등을 합쳐 일정 공식에 따라 계산한다. 올해는 월 소득 인정액이 선정 기준이 되는 202만 원보다 낮으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제도를 자세히 뜯어보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의 상한선은 더 올라간다. 노인의 월 소득에서 108만 원을 일괄 공제하고, 여기에 0.7을 곱한 금액을 ‘소득 인정액’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월 최대 396만5000원을 버는 노인까지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등 재산도 소득 인정액 산정에 포함되지만, 대도시 기준으로 1억3500만 원까지는 재산이 ‘0원’인 것으로 친다.
이에 따라 재정계산위 내에선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 폭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2월 개최된 6차 회의에서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목표수급률을) 소득 하위 70%로 정한 이론적, 실제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같은 달 열린 7차 회의에서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기초연금 수급자 중 3분의 1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른 ‘빈곤 노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달 말 공개될 재정계산위의 연금 개편안에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를 줄일 구체적인 방안은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월 40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