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보호’ 고시 발표] ‘유치원 교원 보호 고시’ 두고 논란 “부모 잘못에 아이 처벌, 학습권 침해” 교육부 “의무교육 아니라 침해 아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및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발표를 하고 있다. 2023.8.17/뉴스1
교육부가 17일 발표한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에 따르면 학부모가 유치원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면 자녀가 퇴학, 출석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보호자가 교권침해를 했다고 유아의 출석정지나 퇴학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학습권 침해는 물론이고 연좌제를 적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시에 따르면 유치원 원장은 교육 활동의 범위와 침해 행위의 범위, 처리 절차 등을 담은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원장은 고시가 적용되는 다음 달 1일부터 학부모에게 ‘규칙 준수 동의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학부모가 규칙을 어기고 교권을 침해하면 원장은 해당 학부모의 자녀에게 출석정지, 퇴학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학부모에게는 부모교육 수강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유치원이 ‘의무 교육 과정’인 특수아동은 퇴학 조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날 고시 내용을 접한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가 나왔다. 한 학부모는 “학부모와 교사 간 일로 아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치”라며 “교권 침해의 범위를 엄격히 해석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학생은 교사의 말을 잘 듣고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는데, 그 부모가 교사에게 갑질이나 악성 민원을 했다고 학생을 퇴학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어린이집은 교육부가 관할하는 ‘학교’가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보육기관’이기 때문에 이 고시가 적용되지 않는다. 2025년 유보통합 시행 전까지 어린이집 교사들은 영유아교육법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법 개정을 추진해 어린이집 교사의 교권보호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교사노조가 지난달 전국 유치원 교사 15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학부모를 통한 교권침해’(68%)가 ‘유아에 의한 교권침해’(19%)보다 3배 이상으로 많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 과정은 현행법상 의무교육이 아니다. 퇴학을 당한다고 해서 유아의 학습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