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도 뇌파계 진단기기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관련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 만에 내린 결론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한의사 면허자격 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서울 서초구보건소는 2011년 1월 “면허 외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 없이 기사광고를 했다”며 A씨에게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마저 2012년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리자 A씨는 2013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복지부 손을 들어줬다. A씨가 뇌파계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한 것은 허가된 한방의료행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면허 외 의료행위’로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한의사인 원고가 뇌파계를 사용해 환자를 진단하는 행위를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뇌파계에 나타난 기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사람의 생명, 신체상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의사와 한의사가 뇌파기기와 관련한 교육을 동등하게 받는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사용한 뇌파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로 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위해도 2등급’에 속한다”며 “위해도 2등급에는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전자혈압계도 속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한방신경정신과 진료를 하면서 짧은 기간 보조적으로 뇌파계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한의학도 뇌파를 연구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뇌파계를 보조적으로 사용한 것을 ‘면허 외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뇌파계를 파킨슨병·치매 진단에 사용한 행위가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첫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 항소심이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판단기준에 따라 정당한 결론을 내렸다고 봤다. 24일에는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과 관련한 파기환송심이 열리는데 한의사도 초음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