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학 교수로 재직했지만 운동에 진심인 적이 없었다. 가끔 산책이나 등산을 하고, 간단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지만 꾸준하진 못했다. 2017년 미국으로 연구교수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운동에 빠져들었고 지금은 운동 없이는 못 사는 마니아가 됐다. 한의사 출신 오재근 한국체대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62) 얘기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오 교수가 몸을 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통풍이 재발한 것이다. 연구를 해보니 통풍 해결 방법도 운동에 있었다.
오재근 교수가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필승관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 암컬을 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오 교수는 “그런데 너무 심하게 근육 운동한 게 오히려 통풍을 악화시켰다”고 했다. 주기적은 아니었지만 비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어 체지방이 그리 많진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웨이트트레이닝과 걷기, 달리기를 본격 시작해 체지방을 지나치게 낮추다 보니 역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오재근 교수가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필승관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 숄더프레스를 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그때부터 저에게 적당한 운동법을 찾기 시작했죠. 저는 식스팩 복근 등 근육질보다는 어느 정도 지방이 있는 상태 때 몸 상태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맞는 3단계 운동법을 개발했습니다. 약, 중, 강으로 나눠 그날 제 몸 컨디션에 따라 운동을 했습니다. 저의 운동 목표는 혈액 수치, 근육량, 체지방 수치에서 정상 범위 내에 있게 하는 겁니다. 그 이상은 필요 없습니다.”
유산소 운동의 경우 시속 5km로 걷는 게 약, 시속 7km 달리기가 중, 시속 10km 달리기가 강이다. 웨이트트레이닝 레그익스텐션의 경우 체중의 절반(오 교수의 경우 약 35kg)이 중, 여기서 5, 10kg을 올리면 강, 5, 10kg 내리면 약이다. 근육 운동 모든 종목에 오 교수만의 계량법이 있다.
오재근 교수가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필승관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드밀 위를 걷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그는 미국 연구교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주 6회 이상 운동을 하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주 2회, 유산소 운동을 3, 4회 하는 식이다. 근육 운동을 할 땐 유산소를 20~30분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1시간 이상 하고, 유산소 운동을 할 땐 1시간 정도 걷거나 달린 뒤 가볍게 기분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제가 아시아배구연맹 의무위원입니다. 또 국제 학술행사가 있어 해외 출장이 많아요. 현지에서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못 할 때도 있어요. 그렇게 귀국하면 체력이 떨어져 있고 몸 컨디션도 좋지 않아요. 그럼 약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해 중, 강으로 올립니다.”
오재근 교수가 웨이트트레이닝 암풀다운을 하고 있다. 오재근 교수 제공
“한때 체중이 65kg 이하일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67kg에 맞추고 있어요. 원래 체중에서 5kg 정도 뺀 겁니다. 더 빼면 몸이 안 좋아요. 저는 체지방을 20%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어요. 보디빌더들은 체지방이 5~10%인데 전 15% 이하로 내려가면 체내 균형이 깨져요.”
운동을 꾸준히 한 뒤 아직 통풍이 재발하진 않았다. 몸도 날렵해졌다. 무엇보다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했다. 오 교수는 “이제 아침 운동을 안 하면 하루를 살아갈 원동력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다. 운동 한 날과 안 한 날 컨디션이 천양지차다. 잠도 잘 잔다. 저녁 9시, 10시면 잠이 쏟아진다”고 했다. 그는 ““몸이 건강하니 연구, 강의 등 일 처리 능력도 좋아진다. 쓰레기 분리배출, 청소 등 집안일도 적극적으로 돕게 된다. 뭘 하더라도 지치지 않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터져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뭐 이런 게 있잖아요. 걸어 다니다 자전거 타고, 자전거 타다 차 타고. 차 타다 비행기 타면 이동거리가 달라지면서 삶의 폭도 넓어지잖아요. 운동을 꾸준하게 하면 삶의 활동 영역이 많아지고 넓어집니다.”
오재근 교수가 TV 방송에 출연해 “근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재근 교수 제공
오재근 교수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의무지원팀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오재근 교수 제공
오 교수는 근육운동을 하면서 근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그는 “나이 들수록 근육이 중요하다.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자세도 잡아준다. 잘 넘어지지 않고, 넘어져도 덜 다친다. 나이 들어도 근육을 키우면 젊어진다”고 했다. 그는 “평생 건강하려면 운동을 가급적 빨리 시작해야 한다”며 “특히 근육을 적당히 키워야 더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