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 대낮에 대도시에서 성폭행과 은행 강도 등 강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시민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17일 낮엔 서울 신림동의 한 공원과 연결된 산책로에서 30대 남성이 한 여성을 때린 뒤 성폭행까지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의식불명 상태다. 또 18일 낮엔 대전의 한 신협에서 헬멧을 쓴 남성이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직원을 위협해 현금 3900만 원을 탈취해 갔다. 대낮에 사람들의 왕래가 비교적 잦은 곳에서 발생한 범행들이어서 충격이 크다.
신림동 사건은 피의자 최모 씨가 처음부터 성폭행을 목적으로 치밀한 계획 아래 저지른 범죄로 보인다. 그는 평소 자주 다녔던 산책로에 폐쇄회로(CC)TV가 없다는 것을 알고 범행 장소로 삼았다. 그는 일면식이 없는 피해자를 쫓아가 미리 준비한 너클(손가락에 끼우는 금속 둔기)로 머리를 집중 타격하는 등 잔인하게 제압했다.
너클은 최근 신림역과 서현역의 ‘묻지 마 범행’ 이후 호신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판매가 급증했던 물품이다. 최 씨도 넉 달 전 온라인으로 구입했다. 너클은 치명적 무기로 꼽혀 일부 국가에선 소지나 판매가 금지돼 있다. 이렇게 흉기로 변할 수 있는 호신용품을 이용해 모방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침체와 물가 불안, 여야의 끊임없는 정쟁 등으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는 양극화, 경쟁 심화, 차별 등으로 쌓였던 분노가 폭발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것은 범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외신이 최근 우리나라의 ‘묻지 마 범죄’를 보도하면서도 살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밖에 안 돼 아직 안전하다고 한 것은 통계적인 수치에 불과하다. 잇단 범죄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불안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어디든 안전한 곳이 없다’는 공포로부터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대책을 정부가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