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일본 전문가 반응
18일(현지 시각)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일본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3국 간 이 정도로 결속한 것은 과거에 없었던 일로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채택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 ‘캠프 데이비드 정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은 그동안 민감하게 여겨졌던 한일 간 안보 협력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제도화하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한일 관계는 여전히 한미일 안보 협력의 약한 측면이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더욱 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의 국제정치, 한일 관계 전문가에게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의 평가를 들어봤다.
“새로운 시대 그리는 이정표. 한미일 튼튼해지려면 한일관계 중요”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특별한 회담이었다. 3국 정상이 말했듯이 한미일의 새로운 시대를 그리는 이정표가 되는 회담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의 각오를 느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훼손됐던 동맹 관계 복원과 재구축을 위해 바이든 정부는 출범 초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아시아 동맹 재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2019년 한일 불화(GSOMIA, 수출관리 문제)로 한미일이 위기에 처했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상 차원에서 한일 양국에 관여했다.
한미일 공조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인도 태평양,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변모하려 하고 있다. 초점 중 하나였던 핵을 포함한 확장억제 논의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특정 사태는 상정하지 않고 일반 원칙만 확인돼 안보 위협에 직면할 경우 3국이 신속히 협의하기로 했다. 협의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좁혀 갈지도 모른다. 한미일은 군사동맹이 아니다. 이번 회담에 관한 문서에서도 일미 안보 조약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의무를 우선하거나 저촉되는 것은 아니라고 확인한 바 있다. 이 부분이 중요한 점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우선 합의한 것을 제대로 해 결과를 낼 수 있느냐에 있다. 내년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 등으로 정치의 계절이 된다. 한국도 내년 봄 총선이 있고 일본도 선거 일정을 무시할 수 없다. 내정 문제를 안고 3국 정부가 흔들리지 않고 합의 내용을 실행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보다 장기적으로 이번 합의를 정리한 지도자, 정권이 떠난 후에도 이 합의가 지켜질 것인가 지속 가능성이 추궁당하고 있다.
미국은 주일미군, 주한미군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 군사 정책의 효율상 동맹 협력이 긴밀해지는 게 바람직하지만, 지금까지의 역사, 한일 전략환경 차이를 고려하면 NATO 같은 군사동맹으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일-한미 동맹 ‘간’의 협력은 이른바 준 동맹적 협력관계지만 미국-호주-일본 협력 수준에 비하면 여전히 불충분하다.
“中에 한일 협력해 관계 강화 필요… 日, 한일 관계에 적극적 대응해야”
한미일 간에 이만큼 결속했던 건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역사적 의미가 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여러 어려운 부분이 있어 쉽게 협력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회복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국 국내에는 일본이 역사 문제에 제대로 호응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많이 남아 있다. 한일 관계에는 아직 어려운 국면이 몇 번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중국은 한미일 결속이 굳어져 가는 것을 매우 꺼리고 있다. 동아시아에 작은 NATO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중·일 협력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올해 한국이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가능할지 지켜봐야 한다.
한미일 3국이 각각 미묘하게 입장이 다른 가운데, 중국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는 한일에 비교적 겹치는 부분이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과는 대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한국도 그럴 것이다. 이는 결국 대북 정책이기도 하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입장에서는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데, 중국이 일본 한국 정상과 만나는 상황은 매우 큰 부담이 된다. 경제적 분야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정치 외교적 의미에서도 중국에 대해 한일이 협력해 대응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일본이 한일 관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한다고 생각한다. 징용공 문제(강제징용 배상 판결)는 해결했지만 위안부, 유네스코 세계유산 문제 등 여러 난제가 있다. 지금 기회는 10년 만에 찾아온 만큼 소중히 다뤄야 한다. 일본과 한국에 전략적 이익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면서 특히 일본 정부는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