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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민관 국제개발협력 성공, 기업 맞춤형 전략에 달렸다

입력 | 2023-08-21 03:00:00

민관사업 예산, 전체 ODA 7% 불과
투자 늘리고 운영체계 손질 필요
기업의 CSV-ESG 활동과 연계해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전통적으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챙기는 영역으로 여겨졌던 국제개발협력 분야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민관협력(PPP)에 관심이 모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의 민관협력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민관협력 방식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추진해왔지만 여기에 쓴 돈은 2021년 기준 전체 ODA 예산의 7%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절반이 ODA 예산의 40%를 민관협력 사업에 집행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서울대 연구진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민관협력에 참여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민관협력을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점을 도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정부가 민관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중요한 동기 중 하나는 민간부문의 재원을 활용해 비용 면에서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이다. 혁신 역량이나 리스크 관리, 유지 관리 능력 같은 민간부문의 영리적 성향은 비용 효율성을 크게 높여 공공부문의 자금조달 부담을 줄여준다. 민관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입증하려는 동기도 있다. OECD 개발원조위원회의 회원국 지위를 비교적 최근에 획득한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민간부문의 동기는 사회적 책임 활동을 늘리려는 기업의 의도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은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민관협력에 참여한다. 공유가치창출(CSV)이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민관협력을 활용한다. CSV나 ESG 모두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런 활동에 연계하면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 민관협력 ODA를 해외시장 진출이나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민관협력 ODA 프레임워크가 기업들의 참여 동기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한국국제협력단이 37개국 237개의 민관협력 사업에 약 5800만 달러를 조달했지만 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보조금을 받거나 외주 계약을 수행하는 수준에 그쳤다. 성과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할뿐더러 CSV나 ESG 목표 달성에 미치지 못하는 단순 활동이 대부분이었다.

연구진은 정부가 기업의 목적에 부합할 만한 맞춤형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투입 예산을 OECD 다른 국가들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제기구의 평가 기준과 ESG 가치 평가를 모두 반영하는 포괄적 평가 프레임워크 개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개발협력 사업 행정에 익숙한 비정부기구(NGO)와의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 참여 기업의 행정적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연구진은 조언했다.


김은영 텍사스오스틴대 정책학 박사 eykim634@gmail.com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