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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서 여성 20명 죽이겠다.” “다음 (야구)경기 칼부림하러 갈게요. 다 죽입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 마 칼부림’ 사건 이후 협박성 ‘살인 예고’ 글 수백 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 잇따라 올라 비상이 걸렸다. 최근에는 대통령실과 서울대 등 국내 주요 기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일본발(發) 테러 예고 이메일이 5차례 걸쳐 도착해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묻지 마 식 범죄의 공포를 이미 경험한 시민들은 “나도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집 나서기가 무섭다고 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삼단봉 등 호신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흉기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검복도 인기 상품이다. 상대적으로 강력 범죄에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하자 주요 외신도 대대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살인 예고 글을 쓴) 피의자 검거 후 수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범죄 실행 의사가 확인되는 경우엔 구속 수사를 적극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죄 발생 우려 지역 3444개소를 선정해서 총 2만298명을 배치한 데 이어 살인 예고 지역 등 89곳에 전술 장갑차와 128명의 경찰특공대도 투입했다. 검찰도 ‘중대 강력범죄 엄정 대응 긴급회의’에서 “협박죄 외에도 살인예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가능한 형사법령을 적극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살인 예고’ 글을 올렸다가 검거된 10, 20대들의 범행동기는 대부분 ‘장난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의 장난이 더욱 장난스럽지도 않고, 더 이상 장난으로 받아줄 수도 없는 지경이 됐다.
이경진 기자
필요하다면 법 개정이라도 해야 한다. 몇 일새 수백 건이 쏟아진 ‘묻지 마 칼부림’ 예고 글만 보더라도, 장난으로 여기기에는 이미 정도를 지나쳤다.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없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범죄 피해’가 반복될 것이다. 처벌이 약하면 장난이 반복될 가능성도 커진다. 무엇보다 이들을 쫓고 수사하면서 낭비될 우리의 공권력도 아깝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엄벌백계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대책 중 하나일 수 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