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빚투’ 빨간불] 작년 16조서 4조 급증 연중 최대 美 긴축-中 부동산위기 이중악재 가계빚 관리 골든타임 놓칠 우려
최근 주식시장이 연일 하락하는 와중에도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연일 연중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차전지 등 테마주 열풍 속에 은행권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증시와 부동산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와 중국의 부동산 위기 등 ‘이중 악재’가 국내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빚투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계속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 관리의 골든타임을 놓쳐 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10조6472억 원)과 코스닥시장(9조9100억 원) 잔액이 지난달 말보다 각각 5880억 원, 2310억 원 늘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4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연중 최고치를 쓰고 있다.
중국발 위기 등으로 국내 증시가 약세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빚투와 함께 증시 대기 자금이 늘고 있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코스피는 18일 2,504.50으로 마감해 일주일 새 86.76포인트(3.35%)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3.82% 떨어졌다. 이달 초 1280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7일 장중 134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무리한 빚투를 방치하면 손실이 투자자 개인에게 그치지 않고 국내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美中 리스크-고금리에도 ‘영끌-빚투’ 행렬… 가계빚 위기 ‘뇌관’
빚내서 주식투자 20조 연중최대
이차전지 등 테마주 투자 과열
은행권 가계대출잔액 사상최대치
주가 급락땐 경제전반 타격 우려
이차전지 등 테마주 투자 과열
은행권 가계대출잔액 사상최대치
주가 급락땐 경제전반 타격 우려
직장인 이모 씨(36)는 최근 초전도체 테마주가 연일 상한가로 치솟는 것을 보고 마이너스통장 자금 3000만 원으로 관련 4개 종목을 샀다. 하지만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LK-99’에 대해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발표하자 이 씨의 보유 종목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당장 손실 폭이 커 팔기도 어려운데 마통 이자만 한 달에 20만 원 가까이 돼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이차전지 테마주에 빚투 쏠림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뜨거워진 빚투 열기가 증시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거래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증시 변동성이 높아졌을 때 반대매매가 쏟아져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높아진 시기인 만큼 빚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빚투가 급증하면서 반대매매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중 반대매매 금액은 743억 원으로 5월 말(476억 원), 6월 말(468억 원) 대비 크게 늘어났다.
● 중국발 악재에 내년 1%대 전망도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려면 중국 경제의 긍정적인 시그널이나 미 연준의 긴축 완화 시그널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긴 쉽지 않아 보인다”며 “한국은행이 이번 주에 발표할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올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개인들이 위험한 투자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금융당국이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