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 “3국 협력 새 시대” “국제질서 부합않는 中” 첫 명시
‘한미일 3+3+3’ 캠프 데이비드 오찬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 내 로럴 로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오찬을 하고 있다. 모두 노타이 차림으로 회의장에 등장한 세 정상은 회의가 시작되자 재킷을 벗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로럴 로지는 정상들이 식사하며 회의를 하는 캠프 데이비드 내 주요 건물이다. 왼쪽부터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 기시다 총리, 윤 대통령, 박진 외교부 장관,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바이든 대통령,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캠프 데이비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3국 협력의 새로운 시대(New Era).’
한미일 정상은 18일(현지 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처음 열린 3국 정상회의와 기자회견에서 미리 약속한 듯 이번 회의의 의미를 이렇게 강조했다. 미국을 고리로 한 양자 차원의 기존 안보 협력에서 나아가 안보-경제-글로벌 기술 표준과 규범 형성을 주도하는 포괄적, 불가역적 협력체를 3국이 제도화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취임 후 한일 관계 개선으로 3국 협력 강화의 계기를 만든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한국에서 우리 세 정상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내년 2차 3국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내년 상반기 개최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핵 대응을 넘어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항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미국 대외 정책의 한복판에 한국이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미일 정상은 공동 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에서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며 “중국”을 처음으로 직접 거론하며 정조준했다. 윤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인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하고 주권 존중, 영토 보전,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같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의 위협이 발생할 경우 3국이 공동 대응에 나서는 공약(commitment to consult)까지 명문화한 데 대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3국) 핫라인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동 성명으로 한국이 인공지능(AI), 양자, 첨단 컴퓨팅 등 첨단기술 국제 표준과 윤리규범 등 글로벌 표준 형성을 주도하는 ‘규범 형성자’의 지위로 다가갈 계기도 마련됐다.
“中, 국제질서 저해” 명시한 한미일… 안보-경제-기술 공동전선
韓, 내년 3국 정상회의 개최 추진
대만 문제-첨단기술 표준 협력 등 북핵 공조 차원 넘어 ‘中 견제’ 확대
‘印太 지정학 바꾼 8시간’ 평가
일각 “美주도 전략에 韓들어가” 우려
대만 문제-첨단기술 표준 협력 등 북핵 공조 차원 넘어 ‘中 견제’ 확대
‘印太 지정학 바꾼 8시간’ 평가
일각 “美주도 전략에 韓들어가” 우려
“한미일 협력은 3국 국민만을 위한 파트너십이 아닌 ‘인도태평양’ 전체를 위한 것이다.”
한미일 3국 정상은 18일(현지 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가진 첫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캠프 데이비드 성명’에 이같이 적시하며 3국 협력의 무대를 확장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안보 협력에 대해 “3국의 방위 협력 (범위가) 인태 지역까지 갈 수 있도록 확대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연례 군사연습이 포함된다. 3국 방위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포함된다”고 했다. “항행의 자유, 남중국해의 분쟁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계속해서 주장해 나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 나아가 “안보, 경제, 과학기술, 글로벌사우스(개발도상국) 개발협력, 보건, 여성 등 모든 문제를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했다”고 했다. 3국이 개별 국가 간 안보 공조 수준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소재 부품 공급망 협력, 첨단기술, 국제 표준 등 전방위 글로벌 협력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했음을 강조한 것.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3국 회의 결과에 대해 ‘인태 지역의 지정학을 바꾼 8시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 성명에 ‘국제질서 저해 중국’ 첫 명시
다만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국 주도의 인태전략 한복판으로 한국이 들어섰다는 우려도 나오는 만큼 한미 간엔 협력 범위에 대한 온도차도 감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3자 협의 공약에 대해 “우리는 이제 (한미일 중) 어떤 한 국가에 위협이 있으면 (위협의) 원인이 무엇이든(whatever source) 즉각 협의하기로 공약했다”고 했다. 한 국가만이라도 안보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하면 협의 공약이 발동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윤 대통령은 “3국 공동의 이해를 위협하는 역내 긴급 현안이 발생할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3국이 ‘준동맹’ 수준이라는 평가에는 “동맹은 법적인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며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차기 3국 회담의 한국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회담이) 열렸고, 이번에 미국에서 (캠프 데이비드 회의가) 열린 만큼 한국에서 열리는 게 자연스럽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대중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한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에는 “개최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부연했다.
● 3국, 기술표준 규범 형성 파트너로
3국은 성명에서 반도체와 배터리를 포함한 공급망 회복력, 기술 표준 형성, 청정에너지,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첨단 기술의 불법 유출과 탈취를 막는 기술 보호 조치에 대한 협력도 끌어올렸다. 이 역시 중국 등 권위주의 진영의 기술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