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은 아직 길이 닦여 있지 않고 군데군데 흙이 파헤쳐져 있어서 비라도 오면 길이 침수되거나 주변이 전부 진흙 밭이 되어 걷기 힘들 때가 많다. 통행로가 물에 잠기면 영락없이 신발은 물론이고 양말까지 완전히 젖어 축축하고 불편한 상태로 일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가끔 누군가 주변에 버려진 건축 자재나 돌을 이용해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에 징검다리를 만들어 놓는다. 누구인지 모르는 한 사람의 작은 노력으로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오갈 수 있게 된다.
이런 징검다리를 이용할 때면 고마운 마음에 나도 언젠가는 사람들을 위해 징검다리를 만들어 보리라 생각하지만, 막상 길이 물에 잠길 만큼 비가 많이 내리면 그런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비를 피하기에만 급급하다. 보름 전쯤 내가 일하고 있는 지역에 태풍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렸고 현장 내의 길이 잠기고 말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나는 얼른 비를 피해 실내로 들어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가 물었다. “징검다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면서 왜 아직까지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았어? 괜찮으면 오늘 나랑 같이 해볼래?”
그 말을 들은 나는 ‘맞아, 왜 나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곧바로 들고 있던 우산을 접고 동료와 비를 맞으며 징검다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는 엉성하게나마 징검다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어버렸지만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징검다리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미루어왔던 일을 기어코 해냈을 때의 후련함과 쾌감은 생각보다 매우 컸다.
생각해보면 내 마음은 이미 하고자 하는 일을 향해 있다. 하고 싶은 일이기에 그것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탐색하는 사람도, 그리고 그것을 원하는 내 마음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도 바로 나이며 결국 그 일을 하기로 결정하는 것도 나다.
마음이 이미 기울어 있지만 망설이는 이유는,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고 전부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과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함께 고민하고 옆에서 응원해주고,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짐을 나누어 질 수 있다면 조금은 부담과 두려움을 내려놓고 용기를 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고 또 때로는 내가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된다면,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하고 싶었던 일들을 조금 더 용기 내어 하고 그것에서 보람과 행복과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