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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尹, 법원 신뢰 높이고 불균형 인사 개선할 대법원장 지명을

입력 | 2023-08-22 00:00:0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자유홀에서 권영준(오른쪽), 서경환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김명수(왼쪽) 대법원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명수 대법원장의 6년 임기가 다음 달 24일로 끝난다. 대통령이 새 대법원장을 지명한 후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임명까지 걸리는 시간이 한 달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주 내로 차기 대법원장을 지명해야 한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돼 엘리트 고위 판사들이 옷을 벗거나 징계를 당하거나 보직에서 불이익을 받으면서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대거 대법관, 법원장 등 고위 법관직과 주요 보직에 약진하는 물갈이가 이뤄졌다. 특정 모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본 법관들을 솎아내고 사법농단 사태로 과도한 피해를 본 법관들에게 기회를 줘 과거와는 반대로 기울어진 인사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법원의 신뢰 회복을 위한 새 대법원장의 최우선 임무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농단이 법원 관료화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법원 관료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고등 부장판사 승진제를 없앴다. 고등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에는 개혁적 측면이 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는 실패했다. 법관들이 고등 부장판사가 되기 위해 남보다 열심히 일할 동기가 사라지면서 재판 지연이 만연해졌다. 새 대법원장은 법원 관료화를 피하면서도 판사들의 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새 틀을 짜야 한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의 사무분담권 등 많은 권한이 평판사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평판사에게 더 많은 자율권을 주는 것이 인사 관리의 방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달리 아직 법조일원화가 일천해 20, 30대의 젊은 나이에 임용돼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법관이 많은 만큼 엄정한 인사 평가와 재임용 심사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등 궤도를 벗어난 법관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지명할 차기 대법원장 후보는 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점한 국회에서 임명동의를 얻어야 한다. 김 대법원장 지명 때는 1, 2당의 대립 속에 가까스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사법부 수장은 모름지기 누구도 함부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공정성과 청렴성을 갖추고 법원 구성원 대다수로부터 존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도력을 겸비해야 한다.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빚어지지 않도록 대통령은 합당한 인물을 지명하고 야당도 최소한 대법원장 임명에서만큼은 대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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