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스마트팜, 스마트잡 토마토 첨단농장 일군 김태훈씨
대기업 정보기술(IT) 개발자에서 스마트팜 운영자로 변신한 김태훈 씨가 21일 전북 익산시 황등면 스마트팜에서 대추방울토마토 생육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익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김태훈 씨(47)는 21일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 위치한 자신의 인공지능(AI) 스마트팜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 정보기술(IT) 개발자에서 대추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스마트팜 운영자로 변신한 김 씨는 10여 년간의 노력 끝에 AI를 접목한 첨단 농장을 구축했고, 매년 추가 투자를 통해 시설을 고도화하고 있다.
4520㎡(약 1370평) 규모로 조성된 스마트팜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통합제어시스템이 가동된다. 시간대별로 적절한 수분량을 공급하는 건 물론 비닐하우스 내 온도와 습도, 광량, 이산화탄소까지 자동으로 제어한다.
죽은 나무를 친환경 비료로… ‘바이오 차’ 특허 따고 자급 이뤄
스마트팜, 스마트잡〈2〉 농-산촌에서 펼치는 제2인생
봉화서 두릅 재배 신근영-동진 남매
로봇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김 씨는 2011년까지 대기업에서 잘나가는 IT 개발자였다. 하지만 업무는 계속 늘었고 출장이 잦아지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줄었다.봉화서 두릅 재배 신근영-동진 남매
아내와 자녀의 지지로 결심을 굳힌 김 씨는 공부부터 시작했다. 2011년 한국농수산대 과수학과에 입학해 2014년까지 기본을 익혔다. 산림청 등이 운영하는 교육 과정도 이수했다.
공부 시작 7년 만인 2018년에야 온실 건축을 시작했다. 첫 토마토 재배를 시작한 건 2020년이었다. 귀농 결심 후 약 10년 동안 준비에 매달린 것이다. 김 씨는 “그동안의 학습 내용과 여러 조언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후 재배 품목을 대추방울토마토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 실패 거듭하며 진화한 스마트팜
그렇게 준비했음에도 첫해 수확은 실패했다. 지식은 풍부했지만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토마토황화잎말림 바이러스(TYLCV)까지 퍼지면서 3300㎡(약 1000평) 남짓한 땅에서 기르던 토마토를 대부분 폐기했다. 하지만 김 씨는 포기하지 않았고 성공 경험을 쌓아 나갔다.
김 씨는 국내 최초로 로봇을 100% 활용한 스마트팜을 구상하고 있다. 로봇이 토마토를 직접 수확하고 운반해 출하까지 마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씨는 농촌진흥청과 자율주행 자동운반로봇 실증실험도 계획 중이다. 김 씨는 “사람은 한 번에 약 80kg의 수확물을 옮길 수 있지만 로봇은 한 번에 250kg까지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산촌 성공 모델 만드는 남매
지난해 경북 봉화군 산지를 개간해 만든 작업장에서 신근영(왼쪽), 동진 씨 남매가 고사목을 친환경 비료로 만드는 ‘바이오 차(Bio char)’ 기계를 제작하고 있다. 신근영 씨 제공
대구의 한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던 근영 씨는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본가인 경북 영주로 내려왔다. 원격 수업을 듣던 중 저렴한 산지를 사서 농작물을 심으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르바이트와 쇼핑몰 운영으로 모은 돈으로 경북 봉화군의 3300㎡(약 1000평) 규모 산지를 매입했다.
산지를 개간하려면 벌목부터 해야 했는데 전문 업체에 맡기려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근영 씨는 남동생 동진 씨(26)와 함께 전기톱 두 자루를 구입한 후 직접 벌목에 나섰다.
그런데 벌목한 소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돼 팔 수 없게 됐다. 고민하던 남매는 고사목 처리 기계를 직접 개발했고, 친환경 비료로 전환시키는 방법도 찾았다. 근영 씨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중 바이오매스(생물자원)와 숯의 합성어인 ‘바이오 차(Bio char)’에 대해 알게 됐다. 이를 고사목 처리 기계에 접목한 것”이라고 했다.
기계 제작은 10대 때부터 건설 현장에서 용접사로 일했던 동진 씨가 맡았고, 4차례 시도 끝에 ‘바이오 차 제작 기계’를 완성해 특허를 취득했다. 이어 지난해 봉화군 봉화읍 도촌리에 산지 8만2000여 ㎡(약 2만4800평)를 구입해 개간에 나섰다. 벌목 후 고사목을 퇴비로 만들어 개간지에 뿌렸고, 올해는 두릅 재배를 시작해 첫 수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근영 씨는 “기존 임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익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봉화=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