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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취약지역서 40년간 헌신… 국내 대표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

입력 | 2023-08-23 03:00:00

40주년 맞은 고려대 구로병원
독일 정부 자금으로 1983년 설립… 당시 서남부 유일의 중환자실 구비
300병상서 현재 1091병상으로 확대… 환자 61%가 중증, 인프라 탄탄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 최초 운영… 혁신형 바이오기업 육성도 주도



고려대 구로병원 마스터 플랜 조감도


1983년 개원한 고려대 구로병원(원장 정희진)이 9월 1일 개원 40주년을 맞는다. 개원 당시 병원은 서울에서 의료 시설이 가장 취약했던 구로 지역에 문을 열었다.



의료 취약 지역에 병원 건립은 시대적 요구

다양성을 표현한 고려대 구로병원의 40주년 기념 엠블럼.

고려대 의과대학은 1928년 조선여자의학강습소로부터 시작된다. 1971년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이 우석학원을 합병하고 우석대 의과대학은 고려대 의과대학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고려대 의과대학은 혜화동에 있던 부속병원(전 우석대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이을 신규 병원 설립을 계획했지만 자금이 문제였다. 때마침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독일의 개발도상국 원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된다. 정부의 독일 차관 도입에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병원’을 설립하겠다는 고려대의 계획이 포함되고 1977년 제7차 한독 경제 각료회의에서 독일 정부가 합의함으로써 고려대 의과대학 부속병원 확충 사업이 첫발을 내딛게 된다.

사회적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1970년대 한국은 종합병원이 부족했고 늘어나는 인구와 의료 수요를 고려할 때 진료를 넘어 교육·연구·진료를 동시에 아우르는 의과대학 부속병원의 역할이 중요했다. 또한 의료 시설의 약 90%가 시읍에 몰려 있어 정부도 의료 취약 지역에 병원 설립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구로는 공단이 자리하고 있어 의료 수요가 많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의료 시설은 서울에서 가장 취약했다. 이에 1979년 고려중앙학원은 서울시로부터 구로동 용지를 매입, 1981년 구로병원 착공에 들어간다.

하지만 건축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설계 변경, CT(컴퓨터단층촬영) 등 고가 장비 도입, 성형외과 개설 과정 등에서 깐깐한 독일 감리단의 제재가 수시로 있었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이준범 총장(제10대·11대 고려대 총장), 김순겸 박사(제6대 고려대 구로병원장), 민병철 초대 병원장이 추진력 있게 해결해 나갔다. 특히 민병철 원장은 미국, 독일, 덴마크 등 의료 선진국과 타 대학 출신 의료진 등 의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다.

모두가 노력한 끝에 마침내 착공 1년 10개월 만인 1983년 9월 1일 당대 최고의 시설과 의료진, 서울 서남부 유일의 중환자실을 갖춘 고려대 구로병원이 개원한다.




국내 대표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


1983년 300병상으로 개원한 병원은 2023년 현재 전체 면적 11만7922㎡, 1091병상을 갖춘 병원으로 성장했다. 1983년 개원 당시 건축된 본관을 비롯해 신관(2007년 준공), 암병원(2014년 준공), 의생명연구원(2019년 준공), 미래관(2022년 준공)을 건축했다. 중증 질환 진료 인프라와 연구 시설을 꾸준히 확충하며 상급종합병원으로 면모를 탄탄히 다져 왔다. 지금은 34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간 외래 환자 96만7855명, 입원 환자 5만4916명, 수술 건수 2만8672건을 기록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전체 환자 중 중증 환자 비율이 61% 이상이다. 이는 중증 질환 치료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병원은 외상 전문의 육성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지정한 ‘중증 외상 전문의 수련센터’, 저출산 시대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치료센터’,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중증 외상 환자의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서울시 중증 외상 최종 치료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중증 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는 전국의 외상 환자를 살릴 중증 외상 전문의를 육성한다.

점차 출산율은 떨어지지만 고령 임신이 많아지면서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치료할 수 있는 센터 운영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 센터 운영을 위해서는 의료진의 헌신과 병원의 투자도 뒷받침돼야 한다.




연구 중심 병원 2연속 지정, 한국형 의료 실리콘밸리 허브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은 진료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래 의학을 위한 연구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2013년 연구 중심 병원에 최초 지정된 이래 신약 개발, 진단 기기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쌓아 왔다. 2005년 국내 최초로 의료기기에 특화된 임상시험센터와 의료기기 사용 적합성 테스트센터를 설립·운영하며 비결을 축적해 왔다. 지역적 특색을 살려 구로 지역의 벤처기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한국 의료 사업화를 주도하고 있다.

병원은 2019년에 이어 2022년에도 보건복지부 주관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 주관 기관으로 재선정되며 혁신형 바이오헬스 기업을 육성해오고 있다. 2021년에는 서울시가 조성한 ‘G밸리 의료기기 개발 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며 G밸리에 있는 의료기기 기업을 성장 단계에 따라 맞춤 지원하며 국내 의료기기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환자중심 의료 실현 내년 암병원 신축 확장”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장 인터뷰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장

―40주년 기념 슬로건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

“슬로건에는 고려대 구로병원의 설립 이념과 미래 비전이 모두 담겨 있다. 슬로건에서 ‘당신의 마음에’는 환자분들의 마음에 더 다가가겠다는 뜻이다. ‘의료의 새길에’는 치료에 도움이 되는 연구에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뜻이고, ‘사회의 목소리에’는 사회가 기대하는 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사회에 이바지하는 병원’이라는 태생적 소명을 품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난 40년간 ‘어떻게 세상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며 성장해 왔다.

또한 현재만이 아닌 미래 의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연구에 지속해서 투자하고 있으며 중증 환자 진료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고려대 구로병원은 환자에게 마음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곳에, 우리 의료가 나아가야 할 곳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할 것이다.”

―미래관을 오픈한 지 일 년이 됐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미래관에는 안과,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비뇨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피부과, 병리과, 건강증진센터, 통증센터가 확장·이전됐다. 미래관의 외래 공간은 기존보다 2배 이상 넓고 건물이 도로와 인접해 있어 환자의 병원 접근성과 편의성이 향상됐다. 더불어 영상의학과, 스포츠의학센터, 채혈실 등 각종 진료 지원 시설을 확장해 배치함으로써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환자 이동 동선을 최소화해 환자 중심 의료를 실현했다.

본관과 신관도 탈바꿈했다. 심혈관센터는 기존보다 2배가량 넓은 공간에 확장 재배치했다. 전에는 주로 순환기내과 위주로 이뤄졌던 진료도 심장혈관흉부외과, 혈관외과, 소아청소년과 심장 분야 등 심장 질환을 치료하는 다양한 진료과가 같은 공간에서 외래 진료를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신관 0층과 3층에 분리돼 있던 암병원은 신관 3층으로 통합 재배치하고 다학제진료실을 추가 설치해 다학제 협진과 암 질환 통합 치료를 강화했다.

신규 특성화센터를 조성해 통합 진료를 바탕으로 한 센터 중심 의료 서비스의 기반을 마련했다. 췌장 담도센터를 신설해 소화기내과, 간담췌외과, 병리과, 핵의학과, 영상의학과, 종양내과가 협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다학제 협진 범위를 확장했다. 환자 중심 진료를 실현하고자 정형외과, 척추신경외과, 류머티즘내과를 한 공간에 배치해 근골격계 질환 환자들이 병원 이곳저곳을 이동하지 않고 한 공간에서 증상과 질환에 따른 최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각종 인프라 확대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자 중증 환자 최종 치료 기관의 기능도 강화했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치료센터에는 분만 전용 수술실을 별도로 신설해 고위험 산모의 안전한 출산이 가능해졌다.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 공간이 확장됐으며 신생아 중환자실도 확장되고 격리실이 확충됨으로써 집중 관리 및 감염 관리 기능이 강화됐다.

이외에도 신관과 본관 로비를 통합하고 분산돼 있던 수납 창구를 통합함으로써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탁 트인 로비와 함께 쾌적한 환경에서 환자들이 진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내년 착공을 앞둔 암병원이 미래관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는지.

“고려대 구로병원 마스터플랜 2단계인 새 암병원(누리관) 신축의 핵심은 제1주차장 부지를 개발해 암병원을 신축 확장하는 것이다. 내년 초에 착공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암병원이 확장·이전하면 넓은 공간에서 다학제 협진과 암 통합 치료 시스템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병원이 있던 자리에는 중환자실, 수술실, 영상의학과 등 중증 질환 치료 핵심 시설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특히 중환자실과 수술실의 수를 대폭 늘려 중증 의료와 필수 의료 기능을 지금보다 더 강화한다. 동시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확장하고 중증 구역을 효과적으로 배치해 중증 응급 외상환자, 중증 급성기 환자 치료 등 중증 질환 특화 병원의 면모를 확고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개원 40주년을 맞이해 40년사 편찬, 역사관 설치를 비롯해 지난 40년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이 마무리돼 가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내년 초에 착공을 목표로 하는 암병원 설립을 위한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