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혜병원
추간공 주변의 인대를 절제해 공간을 넓히는 추간공 확장술 기계적 치료.
넓힌 공간으로 염증 유발 물질을 배출하는 추간공 확장술 생화학적 치료. 서울 광혜병원 제공
척추는 복잡한 구조만큼이나 관련 질환 역시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척추관 협착증, 허리 디스크, 척추 유착성 질환 등이 있으며 추간공 확장술은 이런 척추 질환들 모두에 적용 가능한 비수술 치료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척추 질환의 핵심 병소인 척추관과 추간공은 물론 추간공 확장술의 치료 원리 개발자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장을 통해 심층적으로 알아본다.
―복잡한 척추 중에서 신경이 지나는 척추관과 추간공을 쉽게 이해하려면?
―척추가 수동 물 펌프와 다른 점은?
“수동 물 펌프는 가운데 기둥이나 옆의 주둥이 부분이 뻥 뚫려 있다. 그러나 척추는 척추관을 통해선 굵은 신경 다발이, 추간공으로는 신경 가지가 지나간다. 따라서 신경 다발과 신경 가지가 차지하는 공간을 제외하면 척추관과 추간공의 실제로 열린 공간은 수동 물 펌프에 비해서 훨씬 더 좁다.”
―노화된 척추와 오래된 수동 물 펌프도 유사한지?
“오래 방치된 수동 물 펌프 내부가 녹슬거나 여러 이물질로 좁아진 상황이 척추관과 추간공 주변의 노화되고 두꺼워진 뼈와 인대는 물론 여러 유착으로 좁아지는 것과 비슷하다. 대신 척추관과 추간공의 경우는 신경 다발과 신경 가지가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해당 공간이 좁거나 막힐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또한 오래 방치된 수동 물 펌프를 오랜만에 작동할 때 여과되지 않은 탁한 물이 흘러나오는 상황은 척추 주변의 손상된 연골이나 디스크에서 흘러나온 염증 유발 물질이 좁아지거나 막힌 추간공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가 어렵게 추간공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오래된 수동 물 펌프가 구조적으로 완전히 고장 난 경우는 해당 부분을 대대적으로 교체·수리해야 하는데 이는 척추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 녹이 슬거나 곰팡이 등의 이물질로 좁아진 부위가 가운데 기둥에서 주둥이로 연결되는 부분이면 이 부위만 잘 청소해 뚫어줘도 재작동이 가능하다. 특히 주둥이 부분의 거름망 자체가 막힌 경우는 그 일부만 뜯어줘도 물이 잘 흘러 나가도록 할 수 있다.
추간공 확장술은 추간공 중에서도 신경 가지나 혈관, 디스크 등이 위치한 전방부의 배쪽 경막외강을 피해 후방부의 등쪽 경막외강의 안전한 지역으로 진입 후, 추간공 내·외측과 척추관 후방부에 위치한 인대를 절제해 공간을 넓혀준다. 즉, 추간공 확장술의 기계적인 치료 원리가 바로 오래된 수동 물 펌프를 청소하고 뚫어 다시 작동시키는 원리와 매우 유사하다.
또한 오래 방치된 수동 물 펌프를 청소한 이후 마중물을 넣어 여러 차례 펌프질하면 내부에 있던 녹이나 이물질 등이 다량 함유된 탁한 물이 흘러나오게 된다. 이런 상황이 척추관 및 추간공의 인대 절제를 통해 넓혀준 공간으로 신경 주변의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씻어내는 추간공 확장술의 생화학적 치료 원리와 닮았다.”
―추간공 확장술의 사후 관리도 수동 물 펌프와 유사한 점이 있는지?
추간공 확장술의 기계적 치료 원리를 통해 좁아지거나 막힌 추간공을 넓혀줘도 척추관 및 추간공 내부의 염증이나 염증 유발 물질이 한 번에 모두 배출되지는 않는다. 시술 직후 병실에서 어느 정도 안정한 이후에 침상에 계속 누워 있지 말고 병실 복도를 왕복하면서 가볍게 걷는 동작을 권하는 것도 염증 유발 물질을 잘 배출하기 위함이다. 이후 걷기의 강도나 시간은 본인 상태를 확인하며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처럼 상하수도 시설이 잘 보급되기 전에는 생활용수를 주로 지하수에 의존했다. 특히 오래 방치된 수동 물 펌프는 열심히 청소한 후에도 충분한 마중물로 체중을 실어 힘껏 속도를 올려 펌프질했다. 이후 처음에는 간신히 탁한 물이 나오다가 시간이 지난 뒤 비로소 맑은 물이 콸콸 흘러나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따라서 오래 방치된 수동 물 펌프처럼 다양한 척추 질환으로 고통받던 환자가 성공적인 추간공 확장술과 이후의 점진적인 사후 관리로 남아 있던 탁한 물을 말끔히 흘려보내고 다시금 맑은 물만 나오는 상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유지영 기자 yjy7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