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균 연세대 명예교수
1990년대 초반 초전도 학술회의 때였습니다. 고려대 화학과 고 최동식 교수님의 발표로 참석자들 모두 놀라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1987년부터 시작된 국내 초전도체 연구자들 학술회의에 1990년대부터 참가하신 최 교수님은 상온 초전도체의 가능성을 예언하시며, 자신은 ‘뜨듯한 초전도체’를 개발할 것이라고 폭탄과 같은 발언을 하신 것입니다.
앞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학자들이 초전도 전이온도가 더 높은 물질을 개발하기 위한 무한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수많은 연구에도 1988년 일본 마에다 박사 팀이 개발한 물질의 초전도 전이온도가 120켈빈(―153도)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따라서 영상 20도에서 초전도 상태가 되는 ‘상온 초전도체’라니 하며 아무도 최 교수님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최 교수님의 상온 초전도체 개발을 향한 결연한 의지는 그의 할아버지이신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님의 올곧은 한글 사랑도 떠올리게 했습니다.
최 교수님이 상온 초전도체의 개발 가능성에 대해 처음 발표하고 30년이 지났습니다. 올해 7월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최 교수님의 유언을 받들어 그의 연구를 계승한 연구자들이 개발한 물질 ‘LK-99’가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는 논문이 실렸습니다. 이 발표로 온 세상 과학계가 떠들썩해지고 뜨거워졌습니다.
‘LK-99’ 개발 발표 이후 세계의 연구자들은 이 물질 연구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도 거의 매일 발표되고 있습니다. 하루는 ‘상온 초전도체임이 밝혀졌다’라며 성공이라고 발표됩니다. 그러나 다음 날은 ‘성공이 아니다’라는 발표도 나옵니다. 최근 며칠 사이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비관적인 실험 결과에도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초전도체의 두 중요한 성질 중의 하나인 반자성 값이 ‘LK-99’는 흑연의 5450배나 된다는, 이물질의 연구개발에 참여한 김현탁 교수님의 발표 때문입니다. 이 값은 완전 반자성체인 초전도체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반자성체로는 무시할 수 없는 아주 큰 값입니다. 진정으로 ‘LK-99’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 상온 초전도체로 증명되기를 바랍니다. 70년 전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님이 주장하신 한글 전용이 오늘날 빛을 보듯 30년 전 최동식 교수님의 예측도 허망한 꿈이 아니었음이 입증되기를 바랍니다.
남균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