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빚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돌파했다. 한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한전의 총부채(연결 기준)는 201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조 원가량 증가했다. 2019년만 해도 130조 원을 밑돌던 한전의 부채가 이제 국내 상장기업 최대 규모로 불어난 것이다.
이는 원가의 70%도 안 되는 현행 전기요금 구조 탓에 2021년 2분기 이후 47조 원이 넘는 누적 적자가 쌓인 것이 근본적 원인이다. 지난해 2분기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이 kWh당 40.4원 인상됐지만 출발이 늦은 데다 인상 폭마저 제한돼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규모 적자와 빚더미 속에 한전이 하루 지급하는 이자만 70억 원 수준이다. 재무구조 개선이 늦어지면서 한전채를 찍어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기료 인상이 제때 되지 않아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지목하며 한전의 독자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직전까지 강등했다.
한전이 자산 매각, 인력 효율화 등을 통해 25조 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놨지만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인 기형적 요금 구조를 손보지 않는 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달 중 선임될 차기 한전 사장은 원가와 수요를 기반으로 전기료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기업 한전의 부실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데, 비정상적 요금 체계를 방치할수록 미래세대는 이자까지 붙은 세금 폭탄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