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 재처리 권리, 日 있고 韓 없어 日, 핵 비보유국 유일 플루토늄 생산 기술 갖춘 뒤 美에 허용 요구 가능성
정부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협정에서 각종 제약으로 사실상 금지된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재처리의 길을 열기 위해 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 다만 구체적인 개정 시점과 방향은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 간 협정 개정에 대한 통로는 열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파이로프로세싱 등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며 “고속 증식로 등 관련 기술에 진전이 있으면 미국과 (협정 개정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원자력협정을 맺어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을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런 부분들은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 유효 기간은 20년이지만 한미 간 합의에 따라 개정은 언제든 가능하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기 위해 건식 재처리하는 기술. 습식 재처리는 고순도 플루토늄 등 핵물질 추출이 가능해 핵무기화 우려가 큰 반면 건식 재처리는 고순도 플루토늄만 따로 추출하기 어려워 핵무기로의 전용은 어려우면서도 방사성폐기물 부피와 독성 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정부가 당장이 아니더라도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갖춰 필요한 시점이 되면 미 측에 국내 재처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협정 개정을 요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일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 내에 재처리 시설을 둘 수 있게 했고 대표적인 핵물질인 플루토늄 생산 역시 핵무기 비보유국 중에 유일하게 일본에만 허용했다. 현재 일본은 해외 위탁을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고 있지만 한국과 달리 재처리 후 확보되는 플루토늄을 일본 내로 재반입해 보관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원자폭탄 약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46t가량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에 재처리 시설이 가동되면 매년 플루토늄 8t을 자체 생산할 수 있어 미국이 유사시 일본의 핵무장 길을 열어준 반면 한국에 대해선 이를 원천적으로 금지해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