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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배설물로 비료 만들어 年매출 25억

입력 | 2023-08-23 03:00:00

[2023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스마트팜, 스마트잡
친환경 곤충농장 운영 박기환씨



박기환 엔토모 대표가 사료로 만들기 위해 말린 동애등에 유충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청주=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9일 충북 청주의 사료·펫푸드 업체 ‘엔토모’의 사육장 안. 박기환 대표(36)가 플라스틱 판에 담긴 흙을 헤집자 꿈틀거리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한 무더기의 유충(애벌레)들이 보였다. 상앗빛을 띠는 유충은 단백질 등이 풍부해 ‘신이 내린 곤충’이라 불리는 동애등에였다.

동애등에가 먹은 음식물 쓰레기는 염도가 낮아진다. 음식물 쓰레기가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건 높은 염도 때문이다. 박 대표는 동애등에 배설물인 분변토로 천연 비료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사육 전 과정에서 자원이 순환되는 것이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해 디자인 회사를 다니던 박 대표가 곤충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동애등에의 음식물 쓰레기 분해 능력 때문이었다. 그리고 갈수록 미래 식량·자원으로서 동애등에가 가진 가능성 또한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은 가축’이라 불릴 만큼 영양소가 풍부한데 가축보다 먹이는 적게 들고 번식력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마침 농촌진흥청에서 연구 목적으로 동애등에를 키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박 대표는 농촌진흥청에서 유충을 얻어 와 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 설립된 엔토모는 현재 동애등에 유충으로 만든 사료와 펫푸드(반려동물용 음식)를 생산하고 있다. 박 대표는 “264㎡(약 80평) 공장에서 한 달에 50t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10t의 유충을 생산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분변토는 비료로 써 버려지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폐사한 정어리, 고품질 펫푸드 변신… AI 접목 ‘그린바이오’로


스마트팜, 스마트잡〈3〉 신성장 동력 그린바이오
곤충에서 미래 산업 먹거리 찾아… 엔토모, 동애등에 활용 사료 생산
푸디웜, 자동화 시설로 품질 유지… 케일, 밀웜으로 오메가3 만들어

곤충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이유는 뛰어난 번식력과 빠른 성장 때문이다. 파리목 곤충인 동애등에 한 쌍은 1000개 이상의 알을 낳는다. 영양 상태가 가장 높은 유충으로 다 자라는 데 열흘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엔토모는 사육한 동애등에의 20%로는 다시 유충을 만들고 나머지 80%를 가축 사료와 펫푸드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동애등에는 사육 과정에서 온실가스도 상대적으로 적게 배출된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25.6kg의 온실가스가 나오는 반면 같은 무게의 동애등에 단백질을 만들 땐 온실가스 배출량이 0.15kg에 불과하다.

충북 청주시 엔토모 사육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자란 동애등에 유충이 펫푸드로 만들어지고 있다. 영양소가 풍부해 ‘작은 가축’이라고 불리는 이 곤충은 뛰어난 생산성 덕에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청주=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엔토모는 최근 국립수산과학원과 정어리를 활용한 양어 사료, 펫푸드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온난화로 남해안 일대에 정어리 떼가 출현해 집단 폐사하는 일이 잦아지자 폐사체 처리에 동애등에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박 대표는 “소각장 포화로 처치 곤란했던 정어리 폐사체가 오메가3 등 영양소가 풍부한 가축 사료와 펫푸드로 재탄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토모는 관련 특허만 34개를 자체 개발해 활용하며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2019년 직원 6명, 매출 8억 원이던 회사는 지난해 직원 20명, 매출 25억 원으로 3배 이상으로 몸집을 불렸다.

김태훈 대표(40) 역시 동애등에가 가진 풍부한 단백질과 영양 성분에 주목해 2016년 사료 회사 ‘푸디웜’을 창업했다. 화학과를 전공한 그가 곤충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8년 농촌진흥청에서 인턴을 하며 참여한 동애등에 연구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인턴 기간이 끝나 학교에 돌아가서도 동애등에 연구를 계속했다. 처음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친환경성에 주목했는데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소재화 가능성이 보였다”고 말했다.

푸디웜은 주스를 만들고 남은 과일 찌꺼기와 빵 공장에서 나오는 부스러기를 먹여 동애등에를 사육해 반려동물 사료, 간식 등을 만들고 있다. 창업 초기 김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널뛰기하는 품질이었다. 동애등에 사육이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뤄지다 보니 사람에 따라 생산되는 동애등에의 질과 양이 일정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자동화 시설을 구축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동애등에는 성장 단계에 따라 그에 맞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 줘야 한다. 이전에는 동애등에의 상태를 눈대중으로 어림했다면, 이제는 카메라가 동애등에의 움직임을 분석해 성장 단계를 알려준다. 또 카메라만 갖다 대도 크기와 무게가 측정돼 생산량도 예측할 수 있다. 푸디웜은 2025년까지 곤충 사육 빅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아도 되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밀웜으로 단백질 등의 소재를 만드는 케일 김용욱 대표. 케일 제공

풍부한 영양소를 가진 곤충은 미래 먹거리의 돌파구로 평가되고 있지만 부족한 농촌 인력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케일(KEIL)’의 김용욱 대표(47)도 이 때문에 자동화 시설을 도입했다. 케일은 갈색거저리 유충(밀웜)을 사육해 단백질, 지방산 등을 만드는 기업이다. 케일은 최근 오메가3가 풍부한 들깨 찌꺼기를 먹인 밀웜으로 사람이 먹는 오메가3도 만들어 출시했다.

김용욱 대표는 ‘소재 불모지’인 국내에서 곤충 산업이 갖는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려동물과 축산물이 1년간 소비하는 단백질이 200만 t인데 한국은 이를 모두 수입한다”며 “농업기술이 발달하면서 작은 곤충에서 단백질과 같은 소재를 뽑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된 만큼 자급 소재가 만들어 내는 부가적인 경제 효과 또한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청주=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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