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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도르륵~’ 골프공 구르는 소리…아래층 미치게 하는 층간소음[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입력 | 2023-08-23 10:00:00


요즘 나이에 관계없이 골프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연습도 열심입니다. 하지만 그게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진상’이 됩니다. 한강공원 같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원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며 스윙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입니다. 집안 거실에 연습용 매트 깔아놓고 퍼터 연습하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그게 어떤 때는 아래 집에 울려 ‘진상’ 이웃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자칫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경찰이 충돌해서 사태가 가라앉은 실제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골프를 얼마나 더 잘 치겠다고 그러는 지 모르겠으나, 예민하다고 아래층 탓할게 아니라 일단은 골프 연습하는 측에서 조심해야 합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자기는 골프 퍼터 연습 …아래층은 층간소음 고통
서울에 살다가 작년 말 경기도 평택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새 아파트에 넓은 평수로 이사를 와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위층이 새로 입주하고 나서부터 하루하루가 집안이 지옥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삿짐 정리하고 인테리어 하느라 그렇겠지’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이사 온지 반년이 지났는데도 딱!딱! 바닥 치는 듯한 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어떤 때는 바닥에 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소리도 들렸습니다.

천장에서 쥐가 다니는 것도 아니고, 공이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딱딱거리는 소리와 데구르르 무언가 굴러가는 듯한 소리였습니다. 노이로제 걸릴 정도로 지속적으로 같은 시간대에 들렸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아파트 관리소에 연락해, 위층에 조심 해달라고 주의를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잠시 조용해지는 듯했습니다. 위층에서 나는 소리가 맞는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잠잠해 지는 것도 잠시, 다시 구슬 굴러가는 듯한 소리와 쿵 쿵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참다못해 위층에 직접 인터폰을 해 “소음이 너무 심하게 들리니 제발 조심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위층에서는 “우리는 시끄럽게 한 적이 없다”며 “왜 밤에 남의 집에 인터폰을 하고 그러느냐”며 오히려 화를 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실랑이를 끝내고 나서는 다시 잠시 잠잠해졌습니다.

본인들이 내는 소음이 맞으면서도 뻔뻔하게 아니라고 하니까 너무 괘씸하고 화가 났습니다. 그동안 참고 이해했던 시간들이 아깝고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소음이 정말 못 견딜 정도였으니까요.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으면 환청이 들릴 정도였습니다.

데구르르 공 굴러가는 소리, 탁탁 바닥 치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늘 들렸으니, 노이로제 걸릴 정도 였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해서 정신병원에 다니는구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루는 너무 화가 나서 위층에 직접 찾아 올라갔습니다. 올라가서 벨을 누르고 아래층에서 왔다고 하니 벌컥 문을 열더군요. 열자마자 현관에서부터 보이는 게 아니나 다를까 골프백들이었습니다. 현관 너머로 통로에는 실내 골프 매트가 깔려 있었습니다.

저는 “이거 보세요. 골프 치실거면 매트를 충분히 깔고 쳐야 하는 거 아니냐” 며 “아래층에서는 매일 밤마다 공 굴러가는 소리, 골프채 내리치는 소리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노이로제 걸렸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위층은 “집에서 연습 하려고 설치는 했지만 집에서는 안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어제까지도 탁!탁! 소리에 미칠뻔했는데, 안 한다는게 말이 되냐”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사람이 없는 시간에 해도 조심해야 할 판에 매일 퇴근시간 이후 공동주택에서 조심성 없이 이렇게 하시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습니다. 그랬더니 되려 “젊은 양반이 말을 심하게 한다”며 엉뚱한 이야기를 하며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그동안 참았던 시간들에 대한 억울함과 막무가내로 본인들은 공을 친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모습에 이성을 잃을 뻔했지만 큰소리에 이웃들이 내려와서 말리는 바람에 일단락 됐습니다.

항의를 하면 잠시 잠잠해지고 여지없이 동일한 소음을 냅니다. 하지만 본인들은 초지일관 아니라고 우기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밤에 자다가도 깨는데 윗집은 안했다고 하고, 사람을 우습게 보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윗집만 생각하면 혈압이 오르고 머리가 멍~해집니다. 지금은 가끔씩 윗집 사람을 죽이는 상상도 하게 됩니다. 이러다가 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이제는 제 자신이 두렵습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아파트나 연립주택 같은 주택에서 골프연습으로 인한 소음으로 이웃간의 분쟁이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골프공 굴러가는 소리에 항의를 하는 아랫집을 골프채로 위협하고, 그때부터 골프공을 자신의 집 벽에다 때려 더 크게 골탕을 먹이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경찰 신고와 출동, 아파트 관리소의 중재로 일단 해결은 됐으나 아마도 이웃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을 겁니다.

이런 경우는 무조건 골프 연습하는 측에서 조심해야합니다. 자기 좋다고 남을 괴롭히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발뺌하는 수가 많은데 이런 때는 제3자로 하여금 입증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윗집이 골프 연습을 할 때 아파트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 관계자를 집안에 있게 해 그 소음을 청취하게 하고 소음의 피해 정도를 자세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당연히 소음이 안 들리는 게 정상이지만, 가장 피해가 심한 시간대와 장소를 알려줘 약간의 틈을 양보하는 것도 해결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관리소를 통해 골프 연습 장소에는 반드시 층간 소음 매트 위에 골프 매트를 이중 설치하도록 요구해야합니다. 길다란 퍼터 매트를 벗어나 공이 맨바닥에 구를 때 아래층에 소음이 크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만 해도 수면 방해는 상당히 해소될 것입니다. 덧붙여, 공동주택에서 발생되는 소음이 이웃에게 피해를 줄 때는 경범죄 처벌이 가능하므로, 너무 심하다 싶을 경우에는 관리소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