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남북관계 특수성 관련 이해도 높은 조직 역할, 임무 조정해 전문성 높인 정책 추진해야 북핵 등 변화 반영한 새 통일정책 수립도 필요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통일부가 다시금 큰 변화 앞에 섰다. 1969년 발족한 이래 노태우 김대중 이명박 정부 등에서 주요 변화를 경험한 통일부이지만, 여전히 온전한 미래를 그려내지 못한 결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존폐를 포함하여 통일부의 의미와 역할을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선 통일부 존재 근거가 되는 통일 자체에 대해 변화한 인식을 파악해야 한다. 서울대 2022 통일의식 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 또는 ‘통일이 약간 필요하다’라고 응답한 20대는 2018년 48%, 2019년 41.7%, 2020년 35.3%, 2021년 27.8%, 2022년 27.4%로 급감하고 있다. 통일 최종 상태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제시된다. 11일 공개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조사에 따르면 바람직한 한반도 미래상으로 52%가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2국가’를 선택했다. ‘통일된 단일국가’(28.5%), ‘하나의 국가 내 2개의 체제’(9.8%), ‘현재와 같은 2국가’(7.9%) 순이다.
여론조사는 한국민의 다수, 특히 젊은층일수록 더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에 동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공유한 하나의 민족이므로 다시 뭉쳐야 한다는 당위성을 수용하지 않는다. 북한이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면 적당히 왕래하면서 상호 분리된 공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따르면 통일부는 사라져야 한다. 단일 ‘민족’ 국가 설립이 목표가 되지 않는다면 남북문제를 더는 ‘특수한 상황’으로 규정할 수 없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개별 주권국가로서 ‘보편적 관계’에 기반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도 한국의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북한도 노동당 규약에 “(한반도 전체를 상정하여) 최종 목적은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라고 천명한다. 남과 북 모두 성문화된 최고 상위 문서에서 각각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정치는 더 복잡하다. 불완전 주권국가로서 통일의 당위성을 국제사회에서 당연히 인정받아야 하지만, 실체는 한반도 통일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번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매우 이례적임이 이를 방증한다. 그간 국제무대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성명에 ‘통일’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통일부는 존치되어야 한다. 특수한 한반도 상황을 다룰 ‘특별한 부서’가 있어야 한다. 다만 통일부의 역할과 임무는 조정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 보편적 규범과 한반도의 특수성을 제대로 조합해야 한다. 전술한 여론조사는 한국민 다수, 특히 젊은층일수록 북한을 민족 개념이 아닌 분리된 독립국으로 인지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를 반영한 새로운 통일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남북관계 특수성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통일부가 보편적 국제규범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복합 통일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세계질서 측면은 외교부의 이해도가 높겠지만, 남북관계 경험을 축적한 통일부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 더불어 완성된 복합 통일정책은 국립통일교육원을 통해 체계적으로 전파될 수 있다.
북한 비핵화에도 통일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북한 핵 문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인 핵 비확산, 인권과 직결된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에 가장 중요한 전제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주창하듯이 북핵의 실존적 위협을 받는 한국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통일부의 세계화를 추구하여 보편 의제를 통일정책과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토록 할 필요가 있다. 완성된 통일정책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세계를 상대로도 공감대를 확대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 통일은 당위성을 확보하고 걸림돌을 제거하면서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는 지난하면서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임을 상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