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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산골 케이블카 274m 상공서 멈춰… ‘공포의 16시간’

입력 | 2023-08-24 03:00:00

등굣길 학생 6명 등 8명 갇혀
산악지역 강풍에 헬기 접근 난항
軍, 임시 집라인 설치해 극적 구조



22일 파키스탄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 바타그람 산악마을에서 케이블카를 연결하던 3개의 줄 중 2개가 끊어져 케이블카가 기울어진 채 나머지 줄에 매달려 있다. 바타그람=AP 뉴시스

이 케이블카에는 청소년 6명과 교사 2명이 탑승해 있었다. 파키스탄군은 체어리프트를 집라인처럼 임시로 나머지 줄에 설치한 뒤 케이블카에 접근했고, 한 명씩 전원 구조했다. 바타그람=AP 뉴시스


케이블카는 제2롯데월드 타워 높이(555m)의 절반쯤인 274m의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케이블카를 지탱하는 케이블 3개 중 2개가 끊어져 남은 1개에 8명의 목숨이 달려 있었다. 22일 오전 7시경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州)의 한 산악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산과 협곡을 가로지르는 이 케이블카는 강풍에 아슬아슬하게 흔들렸다. 등교를 하던 10∼16세 청소년 6명과 성인 2명이 그 안에 그대로 갇혔다. 심장질환을 앓던 10대 소년 1명은 공포에 떨다 의식을 잃었다.

구조 작전은 파키스탄군의 주도로 진행됐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고가 외진 산악지역에서 발생한 탓에 구조헬기가 도착하는 데만 4시간 넘게 걸렸다고 한다. 바람이 강해 헬기가 케이블카에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가까스로 헬기에서 케이블카 안으로 밧줄이 전달됐다. 이 밧줄에 달린 벨트를 착용하도록 해 청소년 1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구조를 계속할 순 없었다. 헬기가 너무 가깝게 날다 보니 프로펠러가 케이블을 끊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날도 점점 어두워졌다. 파키스탄군은 현지 주민들과 머리를 맞댄 끝에 아직 끊어지지 않은 1개의 케이블을 활용해 ‘임시 집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스키장 리프트처럼 생긴 체어리프트를 케이블에 연결해 케이블카 쪽으로 다가가 보자는 것이었다.

구조대원이 274m 상공에서 케이블에 의지한 채 작전을 진행해야 해 위험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대원들은 어둠 속에서 이 체어리프트에 1, 2명씩 태워 나오는 방식으로 나머지 7명 전원을 구조했다. 이날 오전 시작된 구조 작업은 사고 16시간 뒤인 오후 11시에야 끝이 났다. 파키스탄군은 “파키스탄군 역사상 매우 독특한 작전이었다”고 현지 매체에 전했다.

BBC 등에 따르면 사고 지역에서 케이블카는 등하교나 출퇴근을 하는 주민들의 일상적 교통수단이다. 차량으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서 가면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4분 만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150여 명의 학생이 매일 이 케이블카를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와르 울 하크 카카르 파키스탄 총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키스탄 전역의 케이블카에 대한 안전 점검을 지시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