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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암 환자의 만성질환 관리, 항암치료만큼 중요

입력 | 2023-08-24 03:00:00

정미향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정미향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건강검진을 통한 암의 조기 발견과 수술, 다양한 암 치료제 개발 등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졌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 진단을 받고 5년 넘게 생존하는 암 생존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암 생존자 증가로 암 환자의 만성질환 관리도 중요하게 됐다. 만성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은 고혈압이다. 암 환자는 고혈압이 있더라도 암의 치료와 재발 방지에 집중하느라 고혈압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필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2∼2013년 자료를 통해 항고혈압 약물을 처방받은 성인 암 환자들을 연구한 결과, 고혈압을 가진 암 환자(1만9246명) 중 66.4%가 고혈압 약제를 잘 복용하지 않고 있었다. 암 환자 3명 중 2명은 고혈압 약을 잘 복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하지 못하면 힘겹게 암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치고도 급성 심근경색증, 뇌경색, 뇌출혈 등 심장 및 뇌혈관 질환을 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암 환자들이 고혈압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하루에 여러 번 많은 처방약을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일 복합 알약을 처방하여 약 복용을 쉽게 하면 암 환자의 혈압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질환으로 인한 우울감에 스스로 약을 챙기며 돌보기 힘든 이유도 있다. 암 환자는 치료 과정이 두렵고 치료를 잘 마치더라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겪게 된다. 이는 우울함으로 이어지기 쉽다. 매일 반복해야 하는 암 환자의 혈압 관리를 위해서는 정신건강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족의 따뜻한 돌봄이 우선이나 심각한 우울감을 보이는 암 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도 필요하다.

특히 젊은 암 환자일수록 고혈압 약제 복용에 소홀하다. 젊은 성인이라도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에서 자유롭지 않다. 탈수나 식사량 저하 등에 따라 혈압이 낮아지는 경우에는 주치의와 상의 후 고혈압 약의 감량이나 중단이 필요할 수 있지만 다시 혈압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고혈압과 같은 암 환자의 만성질환 관리는 암 치료와 병행해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암을 치료하는 암 전문의 혼자 챙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주치의 및 여러 임상과의 다학제 의료팀과의 충분한 상담과 다차원의 의료 지원으로 암 치료와 더불어 고혈압과 같은 합병증 관리를 함께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미향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