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업체에 상황을 보고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봤다. 그들이 일단 비자 신청을 하라고 했다. 그러나 필자는 한국도 아니고 두바이에 있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앙골라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과 연락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매년 몇 명이나 앙골라를 찾을까. 이분들도 오래간만에 한국인을 보고 한국어로 대화하는 걸까. 그래서 더 반갑고 기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업체에서 연락이 왔고, 목적지를 같은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모잠비크로 방향을 바꾸라고 했다. 대사님과 직원분들에게 “감사하지만 앙골라는 못 가게 됐다”고 전하고 다시 동선을 짰다. 레소토, 보츠와나 그리고 모잠비크.
한국에는 세계 최고의 기술도 있고, 평균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 사업도 있고, 그리고 세계 이곳저곳에 정말 많은 해외 공관도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중국인이나 다른 아시아인들만큼 해외에서 눈에 많이 띄지 않는 것도 같다. 물론 선진국이나 여행지에 한국인은 많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등으로 가면 한국인들이 현저히 줄어든다. 진정한 강대국은 여기저기를 침략해 정복하는 나라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활발히 활동하는 국민이 많은 나라다.
필자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비행기가 모잠비크에 다다랐다. 필자를 데려가려고 공항에 나온 튀르키예인 후배는 “형, 이제 한국 사람이지? 그러면 고향 사람 만나게 해줄게” 하면서 필자를 수도 마푸투에 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빵가게로 데려갔다. 안에 들어가자마자 현지인 직원들과 같이 땀을 흘리고 있는 한국인 사장님이 눈에 띄었다. 한국말로 인사를 하자, 그분이 무척 반가워했다. 직업병이 있는지라, 기자 정신을 충전하고 취재에 나섰다. 사장님에게 “어떻게 모잠비크에 오셨느냐” “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느냐”고 물으니 40대 초반인 사장님은 “10년 전 모잠비크에 지인 소개로 왔다가 여기 취직하고 사장이 되었다”고 했다. 코로나19 기간엔 힘들었지만, 이후 일이 잘 풀려서 수도 마푸투에서 제일 잘나가는 쇼핑몰에 빵가게 2호점을 개업하기 직전이라고 한다.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