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을 못 본 지 오래, 미친 체하는 그가 참으로 애처롭네.
세상 사람들 모두 그를 죽이려 하지만, 나만은 그 재능을 몹시도 아끼지.
민첩하게 지은 시 일천 수나 되지만, 떠도는 신세 되어 술잔이나 기울이겠지.
광산 옛 마을 그가 공부하던 곳, 머리 희었을 지금이 돌아오기 좋은 때이려니.
(不見李生久, 佯狂眞可哀. 世人皆欲殺, 吾意獨憐才. 敏捷詩千首, 飄零酒一杯. 匡山讀書處, 頭白好歸來.)
―‘만나지 못한 이백(불견·不見)’ 두보(杜甫·712∼770)
중국 고전시의 두 거봉 이백과 두보. 두 사람은 당 현종 말년 혼란한 시기에 조우했다. 당시 이백은 황제의 비서 격인 한림공봉(翰林供奉)을 지내다 조정에서 쫓겨난 직후였고, 두보는 10년 유랑생활을 마치고 바야흐로 벼슬길을 모색하던 중이었다. 하나는 온 나라에 시명을 떨치고 장안에서 영광과 좌절을 두루 경험한 유명인, 하나는 대망을 펼쳐보리라 이제 막 관료 세계에 뛰어들려는 신출내기 무명인사. 이백은 11세 어린 후배를 꽤 살갑게 대해준 듯, 둘은 처음부터 의기투합하여 도처를 유람하며 두터운 우정을 쌓았다. 후일 두보가 ‘어느 가을 술 취해 한 이불에서 잠을 잤고, 손잡고 날마다 함께 나다녔지’라 회상할 정도였다.
시는 오래 만나지 못한 선배를 그리는 두보의 간절함이 담긴 노래. 안사의 난을 피해 이백의 고향 쓰촨(四川) 지역에 초당(草堂)을 마련한 두보는 이백의 소식이 자못 궁금했다. 그가 난리통에 반기를 든 영왕(永王)의 막료로 들어간 죄로 남쪽 오지로 유배형을 당했고, ‘세상 사람들 모두 그를 죽이려 한다’는 소식은 이미 들은 터. 당시 이백은 진작 사면되었지만 이 사실을 몰랐던 두보는 이백의 생사를 걱정하며 그 옛날 공부하던 곳으로 돌아오길 고대하고 있다. 귀향하여 늘그막을 보냈으면 고대하는 후배의 애틋함이 마음 짠하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