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이 수원캠퍼스 농구코트에서 골프 드라이버로 농구공을 치는 포즈를 취했다. 학창 시절부터 농구와 축구를 즐기던 그는 부상을 줄이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골프에 집중해 ‘핸디3’의 실력자가 됐다. 수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농구와 축구를 즐기다 보니 어느 순간 무릎에 이상이 오더군요. 여기저기 잔부상도 생기고…. 그런데 승부의 세계를 떠나긴 싫었죠. 그때 다가온 게 골프입니다. 산과 들, 자연 속에서 라운드한 뒤 오는 상쾌함, 그리고 샷에 집중해 목표로 한 타수를 칠 때의 성취감은 농구와 축구를 하며 얻는 즐거움과는 좀 달랐어요.”
양종구 기자
사실 최 부총장은 1990년대 중후반 캐나다 워털루대에서 유학할 때부터 골프를 쳤다. 그즈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등장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를 우승하는 등 잘나갈 때였다. 골프를 쉽게 접할 수 있어 친구들과 필드에 나갔다. 하지만 농구와 축구가 있어 골프에 ‘진심’은 아니었다. 귀국해서도 농구와 축구를 하느라 골프는 꼭 나가야 하는 자리에만 나갔다.
“10여 년 전 고등학교 동기들하고 저녁 먹고 농구를 하는 객기를 부리다 친구 한 명의 다리가 부러졌죠. 그때부터 ‘우리도 이젠 조심할 나이’라고 생각해 거칠지 않은 운동을 찾았죠. 처음엔 트레킹이나 산책을 했는데 골프가 산과 들을 걸으면서 하는 스포츠잖아요. 이거다 싶었죠.”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하면서 다시 승부욕이 발동했다. 그는 “난 골프에 진심인 자칭 고수들과 자주 친다. 내기도 하지 않는다. 골프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멀리건, 퍼트OK 없이 속칭 ‘PGA 룰’로 친다. 최 부총장은 지인들과 ‘승죽회’(승리에 죽고 사는 모임)를 만들었다. 지나친 승리 지상주의를 감추기 위해 한자로는 ‘승죽(承竹)회’로 쓰면서도 경쟁은 치열하다. 1년간 성적표로 연말에 우승 트로피와 배지도 준다. 최 부총장은 벌써 우승 배지 2개를 모았다.
“골프는 축적된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 치는 사람도 있죠. 그래도 늘 잘 치지는 못합니다. 변수가 너무 많아요. 남자 테니스는 3, 4명이 우승을 번갈아 하지만 골프는 아닙니다. 우즈도 매번 우승은 못 했죠. 저도 10년 가까이 꾸준히 치면서 최근에야 골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 스포츠를 즐기다 보니 체력이 좋아 며칠씩 밤새우며 책을 쓰거나 하루 10시간씩 강의해도 거뜬했죠. 체력은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가져다준 가장 큰 자산이라 자부합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