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새벽 3시 50분쯤 예고한 대로 군사정찰위성(만리경-1호)을 실은 발사체(천리마-1형 로켓)를 남쪽 상공으로 쐈지만 실패했다. 북한 우주개발국은 “로켓의 1, 2단계는 정상 비행했으나 3단계 비행 중 비상폭발 체계에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0월 3차 발사를 예고했다.
북한이 군사위성 발사에 실패한 것은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반복된 실패보다는 기술 축적에 따른 ‘위협의 진화’에 주목해야 한다. 5월에는 2단계 추진체 시동 불발로 비교적 일찍 서해상에 추락했다면 이번엔 3단계까지 정상 가동되면서 최종 잔해가 필리핀 동쪽 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은 ‘비상폭발 체계의 오류’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실패 원인을 설명하지 않았다. 북한 발표가 맞다면 가장 핵심적인 엔진 결함 문제는 아니고, 뭔가 비상 체계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비상폭발 체계란 미사일 무인기 등 비행체가 발사 후 궤도 이탈 또는 제어 불능 상황일 때 인위적으로 폭발시키는 장치다. 이 오류를 바로잡는다면 위성 발사는 성공하게 된다.
북한이 만리경 1호를 진짜로 지구 저궤도에 올리려 했다면 두 가지 군사적 목적이 있을 수 있다. 한미일 3국 군사시설 정찰 능력을 확보하는 한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겉으로는 우주 이용 권리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ICBM 도발 역량을 고도화하려는 것이란 게 한미일 당국의 분석이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쉬운 고각(高角) 발사 방식으로 ICBM 화성-17, 18형 미사일을 테스트해 왔는데, 이제는 위성을 핑계로 정상 각도 발사 실험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군 당국은 5월 서해에 추락한 만리경-1호 잔해물에 대해 “너무 조악해 군사위성으로 가치가 없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